고작 실험실 나간 게 이틀째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여 실험실 생활을 즐기고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랩 미팅(Lab Meeting)이라는 것도 참여해 보았다. 4개의 실험을 동시에 시작했는데 정해진 시간이 되면 스멀스멀 실험실로 들어가 실험을 하다가 다시 돌아와 논문을 보고.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간다. 오늘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 40분까지 실험실에 내내 있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논문도 하루에 몇 편씩 읽고 있다. 실험실 선배들이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해주셔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은 물리·천문학부의 박영우 교수님 실험실이다. 화학부인 내가 왜 물리학부 실험실에서 실험실 생활을 하냐고? NTL(Nano Transport Laboratory)이라 불리는 이 곳은 물리학 실험실이지만 화학이 공존하는 곳으로 지금 하는 실험들은 사실 화학과 거의 관련된 실험들이다. 탄소나노튜브에 관한 실험들인데, 분석화학실험이나 유기화학실험을 할 때 볼만한 시약들과 기구들을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다. 오늘 뭘 했더라, 질산으로 re-flux한 탄소나노튜브들을 새로운 질산에 옮겨 담아 또 re-flux시켜놓았고 조금 점성이 생긴 PVA 용액에 KOH 수용액을 떨어뜨려 '미역(?)'을 만들었었지. 내일은 제대로 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피롤(pyrrole) 실험도 다시 해야 하네.

논문도 더 읽어야지. 오늘 오후까지는 논문 읽는 게 영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저녁부터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논문 탐독의 재미를 서서히 느껴가기 시작하고 있다. '학술적인 실험보고서'에서 얻는 게 꽤나 많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벌써 내일 읽을 거 한 부 미리 뽑아 두었다 :)

오랜만에 화학실험을 하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무려 1년 8개월 만이다. 그동안 많은 감각을 잃어 심지어 저울에 시약의 무게를 재는 데에도, 파이펫을 다루는 데에도 서투른 지경에 이르렀다. 이럴수가. 다음 학기에 실험을 세 개 들을 예정인데 겨울동안 감각 좀 익혀야지! 그런데 세 개 들을 수 있긴 할까나ㅡ?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