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우리 집 식탁의 분위기가 그렇게 멋있을 줄은 몰랐다. 단지 조명을 다 끄고 양초를 켜고 재즈 음악을 틀어놓았을 뿐인데 무슨 레스토랑 저리가라 수준이었다. 도대체 왠 분위기냐고? 어제 친구들 넷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혹은 넷이 우리 집을 침입해서) 밤을 함께 보냈기 때문. 당연히 중심이 되어야 하는 자리는 먹고 마시는 식탁. 원래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거실 불을 다 꺼보자는 의견이 확대-재생산되어 결국 양초를 기어이 서랍 속에서 찾아내어 식탁 위에 촛불을 밝히는 그런 사태(?)를 부르고야 말았다.

기분이 무척 좋았다. 제법 그럴싸한 분위기였는데. 오늘이 여름밤이었으면 여름 새벽의 무덥고도 스산한 분위기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보사노바 음악이 아주 멋진 조화를 이뤄냈을텐데 그래도 뭐 괜찮았다 :) 다행인 것은 남자 다섯이 모여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벽 4시까지 이야기하며 먹었다는 사실에 대해 남들은 경악을 금치 못해 하지만 우리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거~ 이건 정말 축복이다. 남들은 즐기지 못하는 그런 문화인 셈이다. ㅋ 정말 오랜만에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다. 대화의 주제가 폭넓고 정신없이 토스와 리시브, 강스파이크가 난무하는 것이 단점이자 곧 강점이다. 으헤헷.

집에 도착하기 전에 함께 이마트에서 장까지 보고 집에 와서는 오자 마자 옷부터 다들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리를 하고 식탁 세팅을 하고, 음악 CD를 선정하고, 씻고ㅡ. 완전 MT가 따로 없었다. 가정집이 좀 안락한가! 흐흣.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반가웠고, 그간 가슴의 짐처럼 남아있던 (남아공에서 산) 선물을 겨우 전해줄 수 있었다. 물론 스페인에서 산 것과 함께. 이날 모인 사람들은 예비역, ROTC후보생, 의경, 공익근무요원, 그리고 미필 학생 이렇게 다 제각각이었다. 원래 우리 멤버(?) 중 다른 하나는 오늘 휴가를 나오는데 얘는 강원도 인제의 '공병'이다.  여섯 명이 모두 기묘하게도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건 놀라울만큼 신기한 일이다. :)

이 글을 읽는 아버지는 '쯧쯧, 쟤가 결국 애들을 불러모았군' 싶으시겠지만, 아무튼 이건 예견된 일이었고 솔직히 서로가 원한 일이기도 했다. 아무튼 잘 먹고 재미있게 웃고 떠들고, 그리고 잘 잤다 :) 우린 진짜 무슨 MT를 다녀온 것만 같았다. 으헤헤헷.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