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자랑 할 일 하나 생겼네 :)]
Date 2008.11.5


4시부터 시작하는 '인간 생활과 경제' 강의. 항상 10분 늦게 강의실에 들어가기 일쑤이다. 그 이유는 이전에 있는 응용 물리 강의가 원래는 3시 45분에 끝나야 하는데 언제나 김기훈 교수님이 쉬는 시간을 꽉꽉 채워서 4시 혹은 그보다 더 늦게 끝내주신다. 응용 물리 시간이 아깝지 않기 때문에 다 듣고 나서야 총총걸음으로 저 멀리 있는 83동까지 가야하지만 언제나 지각하는 마음은 편치가 않다.

오늘도 늦었구나 싶어서 얼른 강의실로 들어갔는데 강의는 시작되지 않았다. 아니 이게 왠 일이지? 알고보니 교수님께서 지난 번에 제출했던 Essay와 중간고사 결과에 대해 총평을 하고 계셨다. 뒤늦게 들어간지라 자리에 앉자마자 2분 뒤에 16장 강의를 시작하셔서 도대체 어떤 평이 오갔는지, 심지어 중간 고사 평균 점수가 몇 점인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아무튼 아무것도 모른 채 오늘 수업 시작. 예습을 해 간 덕분에 아주아주 수월했다. 오, 오늘 왠지 분위기 좀 받는데?

수업이 끝나자 보통과는 달리 조교님이 앞으로 과제 뭉치를 들고 나오셨다. 이럴수가, 이름을 불러 출석체크를 함과 동시에 점수가 적힌 Essay를 반환해 주시면서 거기에 중간고사 점수도 post-it으로 붙어있었다. 이제 내 이름이 불리고 앞으로 나갔는데 조교님 曰

'음.. Essay 이번 강좌에서 최고점 받으셨어요. 이 강의 전에 다른 수업 있댔죠? 음.. 그럼 Office hour 때 교수님 한 번 찾아뵈세요.'

우와. 이럴수가. 내가 진짜 Essay 1등한거야? 이 Essay는 그냥 작문 숙제가 아니다. 영어 강의라서 Essay도 영어로 써야 했고 참고 도서도 영어였다. 영어로 쓴 A4 5~6장짜리 내 Essay가 1등을 하다니, 오 주여, 감사합니다. 시험 점수도 매우 좋은 편이었다. 와우.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written by T.Buchholz)' 를 읽고 Essay를 쓰기 위해 300쪽이 약간 넘는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 그나마 그걸로도 부족해서 'The Worldly Philosophers (written by R.Heilbroner)'까지 읽었다. 읽는 데 꼬박 1달이 걸렸고 Essay 작업을 시작해서 완성을 보기까지 근 1주일이 걸렸다. 새벽 5시에 밝아오는 여명을 보고 급히 작업을 중단하고 잠을 청한 적도 있었고, 갑작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 때문에 글의 구성을 통째로 바꿔서 한 시간 내내 고심해서 썼던 한 단락을 무참히 삭제해야 하기도 했다. 오, 그 쓰디 쓴 노력이 이렇게 인정을 받는구나.

사실 '인간 생활과 경제' 과목은 이번 학기에 두 개가 개설되었는데, 하나는 1시에 시작하는 한국어 강좌이고 다른 하나가 지금 내가 듣는 영어 강좌이다. 영어 강좌이다보니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더러 있고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영어가 익숙하여 수업 시간에 질문과 대답이 자연스러운 사람들도 많이 있다. 60명 정원에 지금은 절반이 모두 수업을 철회(드랍)한 상태. 오, 이런 무시무시한 구성원 중에서도 열심히 노력했더니 원어민보다도 좋은 점수를 얻었네! 내가 왠만해서는 내가 얻은 성적 가지고 자랑하지는 않지만 이건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말고사도 있고 심지어 group discussion을 통한 group essay도 A4 약 15장 분량으로 작성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물론 영어겠지? 발표도 영어겠지?). 내가 굳이 이 영어강좌를 선택했던 건 내 충만한 '도전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끝까지 도전하는 마음으로 돌파해야지, 오늘 큰 힘을 얻었다! ㅋ 기분이 좋다. 그냥 좋다. 화학이나 물리에서 문제를 잘 풀어 1등한 것과는 정말 다른 기분이다. 나중에 '기록물 보관소'에 pdf 파일로 만들어서 함께 올려야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