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샤이니 완전 좋아;;]
Date 2008.12.17


사실 HOT, 젝스키스, SES, 핑클, god로 대변되는 1기 아이돌 이후로 더 이상 아이돌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제는 아이돌계의 '거목'이 되어버린 동방신기의 이름을 외우는 일이 버거울 정도로 그들의 이름은 별로 신선하지도 못했고 ㅡ 오히려 앞에 '믹키'유천 이런 식으로 이상한 별호(?)를 붙여놓아 어색함만 더했거늘 ㅡ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그런데 3기 아이돌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 더 이상 아이돌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아니게 되었다. 3기 아이돌의 가장 대표적인 아이돌이 빅뱅과 원더걸스이다. 이들이 낸 노래는 거의 전국적인 파장을 몰고 왔고, 특히 빅뱅의 경우 '쟤네는 아이돌 맞아?' 할 정도로 놀라운 면모를 과시하며 연일 방송과 길거리에서 '암소쏘리 버달러뷰 다 거짓말~'이 들리게 하였다.

그런데 내 눈을 끄는 가수는 온통 샤이니다 -.-;; 아니, 왜 20대 중반을 바라보는 형님이 어째서 10대 중고등학생 그룹에 눈독(?)을 들이느냐하면, 얘네들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샤이니는 아이돌 그룹 중에서 카라와 같은 수준의 명성을 가진 그렇고 그런 가수다'라고 비아냥거리긴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나중에는 빅뱅보다 샤이니가 더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결과적으로는 각자 음악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제시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빅뱅은 태생적으로 장수할 수 없는 멤버 조합인 듯 싶다. 내가 빅뱅에 대해 아는 게 뭐 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들의 모습을 언뜻언뜻 지켜보면 조화를 이루는 팀의 모습보다는 출중한(?) 개인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 그룹만 같아 보인다.)

샤이니가 왜? 얘네들은 일단 어린데다가 SM 아래에 있어서 단체에 대한 소속감이 심각할 수준으로 철저하다. '안녕하세요, 빛나는 샤이니입니다.' 하면서 손을 들어올리는 저 동작은 마치 과거 HOT나 신화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얘네는 노래도 퍽 잘한다. 데뷔한 지 갓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언제 이런 수준에 도달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특히 1집 수록곡에는 'Y si fuera ella'를 번안한 '혜야'라는 곡은 필히 들어볼 만하다. 멤버 중 가장 노래를 잘 하는 쪽인 '종현'이 불렀는데 얘는 좀 타고난 게 있는 듯 하다. 물론 원곡을 부른 Alejandro Sanz의 그 처절함, 혹은 간절함은 약간 거세되어 있기는 하지만 번안 자체가 가지는 변화를 고려한다면, 그리고 아직 '애'가 어른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깊이가 훨씬 못 미침을 고려한다면, 정말 저 정도면 90년생이 부른 거라고는 믿기가 힘들 정도이다.

얘네는 춤도 잘 춘다. 좀 더 말하자면, 춤이 생각보다 격렬한 편이다(물론 2PM같은 그런 퍼포먼스 중심은 아니니 그렇게 심각한 격렬함은 아니지만). 놀라운 건 그런데도 라이브는 꽤 한다는 것이다. 패션이나 이런 것도 좀 의식하고 있고. 컨템포러리 밴드라는 말이 과히 좋게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각자가 여러 방면에서 잘 하려고 노력한다는데 가상하게 보인다. :)

샤이니 1집 노래를 다 들어본 건 아니고 일부만 들어봤지만, 조금만 들어봐도 얘네가 보통 애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아직 얘네들은 커나가는 단계이고 사실 '자립'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에는 많은 수련이 필요할 것이지만 SM이 하고 있으니 그 면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아참. 빅뱅의 '붉은노을'은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건 곡을 더 참신하게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의미 있게 바꾼 것도 아니고, 이문세의 원곡이 오히려 더 경쾌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무료에 가까운 현란한 리듬 소스와 랩, 패기에 넘치는 젊은 목소리라면 빅뱅은 OK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거짓말'과 '하루하루'로 대표되는 빅뱅의 음악은 3집부터는 결코 먹히지 않을 것이다. 만일 다음 곡도 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분명 그건 식상한 음악으로 치부될 것이고, 동시에 'G-dragon의 매너리즘' 내지는 '1인이 음악을 담당하는 밴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때까지 빅뱅이 존속할 수 있다면.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