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김동연 후보가, 그리고 오후에는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위원장을 맡은 원희룡씨가 나와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오늘 하루종일 미팅과 강의가 이어져서 토론회 전부를 제대로 다 챙겨보지 못했으나 첫 발언과 패널 대담까지는 들을 수 있었다. 아래는 간략히 몇 줄로 적은 느낌:


- 오늘 나온 두 사람 모두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김동연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 및 정책조정의 실무책임자로서 활약해왔고, 원희룡씨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도 나왔던 후보였다. 어제 나온 박영선씨, 안철수 후보에 비하면 이들 둘은 달변가였다.


- 특히 김동연 후보는 경제전문가라서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말솜씨로 가려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쪽 방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 김동연 후보의 발언은 다른 세 진영의 발언과 크게 다른 결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현재의 과학기술 정책 관리 체제(거버넌스)의 개혁이나 변경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기술 육성 분야의 예로서 농업을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이다. 보통 AI, 반도체, 에너지를 얘기하는데 농업을 구체적인 사례로 소개하며 이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인상깊었다. 심지어는 농업스러운(?) 표현인 '동종 교배'를 행정고시 폐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을 듣고 이 사람 정말 진심이구나 싶었다.


-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융합이나 정책에 대한 소신도 엿보였다. 산업자원부 공무원이 된 친구 아들이 기획재정부에 와서 산업 관련 예산을 책정할 때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수 있게 한다는 말은 '융합'이나 '시너지'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로서 절감하게 해 주었고, 자신이 아주대학교 총장일 때 실시했던 파란 학기제를 예로 들며 자율성을 이야기하자 저게 헛된 구호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 원희룡씨는 현재 정부에 맞서는 야당에서 나온 사람답게 모두발언에서 현정부의 탈원전 정책 및 탄소중립 선언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과학기술인들이 충분히 공감하는 사항이므로 크게 불편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를 통해 좀 더 과학기술인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더 수렴되는 풍토를 조성하겠다는 의미.


- 원희룡씨가 과학기술정책을 굉장히 해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분이 오늘 토론회에서 한 발언들은 현재 야당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나올만한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이 대부분 나왔고, 뭔가 톡톡 튀는 의견이 제시되었다기보다는 정치인들 수준에서 충분히 논의될만한 사항들이 좀 더 다듬어진 형태로 발언되었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 두 진영 모두 과제중심 체계(project-based system, PBS)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내비쳤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지 않은 단기 성과 중심형 체계이므로 반드시 손질되어야한다는 인식이었다. 여기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뭐든지 다 혁파하는 것은 맞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체계가 함께 모순 없이 굴러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