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음악적 취향]
Date 2009.06.15


생각해보니, 나와 음악적 취향이 비슷했던 사람은 정말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어떤 가수를 좋아했던 때는 바야흐로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1집을 내고 소리 소문 없이 해체되어버린 '아이다'라는 소녀 밴드 그룹이었다. 한스밴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들은 KBS 가요톱텐에 한 번 ㅡ 그것도 야외무대에 ㅡ 나오고 기약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다음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던 건 '내 마음에 delete 스위치를 눌러달라'고 외쳤던 문차일드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몰랐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샵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최초로 앨범을 사 모은 가수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테이프로 3집 앨범을 샀고, 테이프가 늘어져라 반복해서 듣다가 4집을 사고, 4.5집도 샀다. 5집을 사려고 했으나 그들은 해체해 버렸고 ㅡ 망할 서지영!! 네 너를 가만 두지 않으리!! 아무튼, 샵 앨범은 정말 하루에 최소한 한 번씩 꼭 들었다. 그러니 적어도 200번 이상은 꼬박꼬박 들었더 것이다. 게다가 이전 앨범의 유명한 곡들, 즐거운 곡들은 mp3로 다운로드받아서 컴퓨터에서 매일같이 듣고 그랬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4~5년이 넘도록 샵 노래를 들은 적이 없지만 노래방에 가서 샵 노래를 부른다치면 가사를 안 봐도 '랩'까지 술술 소화할 수준이긴 하다. (한 때 샵의 팬클럽인 evolution에 가입할 생각을 정말 심각학 고려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열심히 공부한답시고 그런 것과는 초연한 그런 사람이 되었다. 루마니아에 갔다가 사촌들이 샤키라(Shakira)의 노래를 듣기에 ㅡ 당시 히트를 쳤던 앨범 'Laundry Service' ㅡ 따라 들으면서 괜찮다 느끼게 되었던 것이 전부이다.

지금 줄기차게 열렬히 사모하는 재즈를 '재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접한 것은 고3 수능 10일 전쯤이었다. All that jazz라는 만화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재즈 스탠다드 곡들을 다운로드 받았다. 어떤 친구는 우연히 내게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A Funk Odyssey' 앨범 전곡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재즈와의 조우는 시작되었다. 나는 대학에 가면 열심히 재즈에 대해서 알아보겠노라고 굳게 결심했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재즈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마음먹고 가입했던 재즈동아리 'Jive'는 예상과는 다르게 나와 맞지 않은 그런 동아리였다. 뭐랄까. 애정이 가지 않는 단체랄까. 게다가 나는 저학년 때 너무나도 바쁘게 살았던지 동아리에 헌신하면서 지내는 게 너무 벅찬 일이었다. 결국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쉬운 일이긴 하다.) 재즈동아리 밖에서는 재즈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정말 거의 없었다. 일단 자주 만나는 화학부 선후배 어느 누구나 재즈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극히 적었다. 그나마 재즈라고 해 봐야 '노라 존스?' 이런 맥빠지는 대답을 하는 사람만 많을 뿐, 다들 재즈보다는 락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아,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있긴 했다. 하지만 어쨌든 재즈는 없었다. 그나마 발견한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사실 J-Fusion jazz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 사실 J-Fusion은 약간 훵키하고 그루브한 면을 강조하였고 전자 음악적인 요소가 무척 많아 내가 좋아하는 전통적인 그런 맛은 거의 없는 음악이다. 물론 듣기에는 좋고 흥이 나는 음악이다. 현란하고 몽환적이며, 감정적이지만 뭔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일본 뮤지션들의 재즈는 죄다 그런 식이었다.

그러나 간간이 이쪽 음악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다. Sonny Rollins의 이름을 함께 처음으로 이야기했던 사람은 용석이였고, Jaco Pastorius의 이름을 함께 처음으로 이야기했던 사람은 기현이 형이었다. 그리고, Pat Matheny의 이름을 처음으로 이야기했던 사람은 정희 형이었다. 심지어 정희 형과는 Miles Davis와 Herbie Hancock, Bill evans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고, MM Jazz를 그에게서 빌려볼 수도 있었다. 오 이럴수가. 생후 23년만에 최초로 같은 음악적 취향을 공유하는 그런 사람을 만났다.

나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트리오를 가장 좋아한다. Bill Evans를 제일 좋아하고, 시대적으로는 1960년대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앨범을 구입하면서 점점 앞으로 뒤로,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나마 기분이 좋은게, 적어도 '저 이번에 누구누구 앨범 샀어요'라고 이야기하면 '오, 어때?'라고 물어봐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이건 실로 기적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