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택근무를 진행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연구동 실험실에서 자가검진키트로 어제부터 오늘까지 총 6명이 확진되었는데, 나는 그들과 함께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연구계획서 작성을 위해 수 시간 사무실에서 한 학생과 근접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었으며, 수시로 학생들 사무실로 들어가 현재 상황을 체크했기에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확진 발생 때마다 주변인 상대로 PCR 검사를 진행하고 동선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옛말이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실험실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학생들 사이에서 뚜렷한 증상을 야기하는 정체불명의 감기가 돌고 있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고 그것이 COVID-19 오미크론 변이라는 사실은 어제부로 확인되었던 것이다.


지난 금요일을 시작으로 거의 아침마다 자가검진키트로 코를 찔러가며 검체를 채취해 검진을 하고 있는데, 항상 음성이 나오고 있지만 도통 신뢰가 가질 않는다. 왜냐하면 지난 주말부터 증상을 호소하던 학생들도 주말 내내 키트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어제, 오늘에서야 양성으로 나왔으니 말이다. 즉, 사람마다 채취 방식이 제각각이다보니 키트의 정밀도도 제각각. 똑같은 상황임에도 어제는 음성, 오늘은 양성이 나올 수 있단 뜻이다! 그러니 나도 자가검진키트 결과 C 위치에서만 줄 하나가 나왔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 ㅡ 사실 어제부터 뭔가 목 상태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한층 긴장도가 올라갔다.


재감염이 된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의 우한주에 감염되었다가 완치된 나는 이후에 얀센(Janssen) 및 모더나(Moderna) 백신을 차례로 맞았다. 모더나 백신을 맞은 게 12월 중순의 일이니 아직 3개월이 채 지나지도 않은 상황.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은 더 강한 항체가 생겨난다는데, 그것마저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굳이 백신을 맞을 필요는 무엇인지, 혹은 그냥 이렇게 거듭 걸려도 될만하다면 그게 세상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인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방역패스를 잠정 중단하고 전수 PCR 조사 방침을 철회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온갖 양성 확진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모두들 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 내기를. 나 또한 다시 드리운 재감염의 그림자에서 현명하게 잘 벗어날 수 있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