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바쁜 주일]
Date 2010.07.18


오늘 아침은 강화도에서 맞이했다. 갑자기 왠 강화도? 사실 어제부터 오늘까지 1박2일의 짧은 학번 MT가 있었다. 지난 주초에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연락을 전혀 못 받고 있어서 잊고 지내다가 금요일이 되어서야 뒤늦게 상기하게 된 이 MT. 장소가 강화도인데다가 날씨는 국지성 폭우가 예상되는 호우주의보인데 가는데 3시간 걸리는 이 장소에 내가 가야해? 나는 어제까지도 망설이다가 '그래도 가야지...'하는 생각에 합정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합정에서 3000번을 타고 강화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고, 그리고 거기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종점까지 가서 다시 택시를 타고 팬션까지 가는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하며 MT 장소에 갔다. 도착한 시간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9시 반. 버스기사 아저씨와 택시기사 아저씨는 대체 이 시간에 안양에서 비가 쏟아지는 강화에 왜 왔냐고 되물으셨다. 먼저 도착했던 애들은 사온 재료들로 음식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튼 거기 모인 사람들은 예약자의 만행으로 인해 이 먼 거리까지 몸을 끌고 온 피해자들 뿐이었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도, 누가 누구에게 짐을 지우기도 서로 민망한 상황. 생각보다 MT는 재미있었고, 많은 말들을 하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실컷 웃고 그랬다 ㅡ 특히 빈나의 뒷면이 예쁜 티 드립은 좌중을 폭소, 아니 울게 만들었다. 주일에 일찍 돌아와야 했기에 밤새서 놀지는 못하고 2시가 조금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버스가 바로바로 와서 3시간만에 정말 딱 맞춰 안양으로 돌아왔다. 역시 안양은 교통의 요지~ 하면서 돌아왔는데 정작 씻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 교회 지각할 뻔 했다. 오늘은 2부 순서에 조별 사역을 하는 날이라서 우리는 선교 보고 예배를 가지 않는 대신, 준비한 재료들을 가지고 게시판을 꾸미고 꿈터 동산을 다시 올려붙였다. 게시판은 네이버 블로그 패러디인데, 일단 배경만 만들어놓은 상태이다, 예전보다 딴 사람 블로그 디자인에 좀 더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1시간 정도 했더니 대충 모습은 갖춰졌고, 아무튼 이제 게시판 안에 알찬 내용들을 하나하나 채워 가야 하는데 너무 조급하게는 하지 않고 천천히 즐기면서 할 생각이다. 그리고 게시판 일 뿐 아니라 다른 창조적인 일들도 벌여봐야지. 아참. 공개하지 않았는데, 나 이번에 다시 조장 및 팀장으로 복귀했다. 다시 교회 일을 맡기로 결심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이런 교회 일에서 멀어지니 청년부에 대한 마음도 멀어지는 것 같아서 다시 돌아왔다. 그간 강도사님께도 죄송했고, 다른 임원들 및 부원들에게도 좀 미안했다. 일부러 교회 일에서 손 떼려고,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으려고 좀 무뚝뚝한 행세를 좀 했는데 그런 행동들은 나와는 영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이제는 다시 예전의 활발한 일꾼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우리 문서팀이 청년부를 이끌어가게 될지니-!

우리 조는 1차 계획을 완수하고 그 기념으로 찜닭을 먹으러 일번가로 갔다. 뭔가 일찍 집에 돌아가는 게 아쉬워서 사람도 좀 모였겠다 싶어 보드게임카페로 향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긴 했지만, 거기서 위대한 달무티(Der Grosse Dalmuti) 게임을 무려 4시간여나 했다. 처음에 왕으로 시작해서 잘 이어가나 했더니 혁명이 일어나 천민으로 뒤쳐지고, 거기서 악착같이 계급을 차근차근 올려서 다시 왕위를 탈환했는데, 다시 혁명이 일어나 되찾은 왕위는 1분도 채 안 되어 노예에게 넘겨졌다 (녕민이 찢어버려 ㅋㅋ). 나중에 다시 일어난 혁명을 발판 삼아 결국 막판에 왕위를 재탈환하는 데 성공하여 우리 조원들은 눈물겨운 조장의 노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주었다. 처음으로 조원들과 함께 늦게까지 모여 친교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제는 우리 조 대부분이 정말 친해진 것 같고, 스스럼 없이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된 것 같다. 이런 분위기의 조를 이끌어 보는 것도 처음이다. 특히 25살과 20살이 대부분이라는 이 극단적인 연령분포 하에서도 즐겁게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할 제목 중의 하나이다.

모임이 파하고 나서 나는 휴대폰 가게에 들러 결국 그간 사기로 마음 먹었던 hTC의 스마트폰, 넥서스원(Nexus One)을 샀다. 개통은 내일 된다고 했고 혹시 안 될 가능성이 있어 내일 개봉하라고 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LG 아르고폰은 정확히 23개월하고도 20일 정도 사용했는데, 약정 기간 24개월에 10일 정도 못 미치므로 위약금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서 '쇠뿔도 단 김에 빼라'는 말을 철저히 따라 그냥 오늘 '질러' 버렸다. 생각해보면 지난 2년간 쓴 터치폰인 아르고폰은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가끔 통화가 불통이고 스스로 재부팅되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 긴 기간동안 A/S 한 번도 받지 않았고, 다른 말썽 없이 꾸준히 잘 써왔다는 것은 내 휴대폰 역사의 기록 중에 기록이었다. 이번에 새로 산 넥서스원 휴대폰은 내 인생의 4번째 폰이자 최초로 KTF에 가입하여 사용하게 되는 휴대폰인데, 스마트한 유저가 스마트폰을 잘 쓸 수 있다니까 한 번 열심히 사용해 보려고 한다. 분명히 잘 쓰게 될 것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오늘 정말 즐거웠던 주일이었다. 돌아오는 한 주가 기다려진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