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명숙과 오세훈이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피말리는 접전을 벌였을 때를 기억나게 만드는 초박빙 승부였다. 유튜브 스크립트를 작성하며 개표결과를 실시간으로 보는데, 그렇게나 시간이 빨리 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기어이 12시 반쯤에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앞서더니 그 격차가 시간에 비례하여 점점 늘기 시작했고, 2-3시가 되어서 당선 유력이 뜨는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아, 윤석열 후보가 되는구나.'


내가 정치평론가는 아니지만 몇 가지 생각나는 바가 있어 아래 간략히 적었다.


1. 누가 뭐래도 이번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現 정부가 만들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사를 중앙 무대로 복권시켜 신임 검찰총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인사를 시켜주었고, 조국 前 민정수석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이 검찰총장에 시선이 쏠리게 되었으며, 결정적으로 추미애 前 법무부장관과의 격돌로 인해 거물급 대세 인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렇게 성장한 정치인이 상대편 진영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것. 이 각본 없는 스토리가 1~2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2. 최재형 前 감사원장이 정치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것도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 야당에 속하게 된 윤석열, 최재형 두 인물의 청와대 및 국회의사당行은 현 정부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3. 전북, 전남, 광주에서 윤석열 득표율이 모두 2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대단한 것이다. 선거 막바지 호남 지역의 표 결집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이전 대선에 비하면 많이 는 편. 하지만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어야 다음 정부에서 뭔가 성장을 위한 추진력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전북일보의 당선 기사에는 시류를 볼 줄 모르는 전북 사람들이라며 자책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4. 170석이 넘는 거대야당, 그리고 아직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그늘이 드리워진 소수여당. 다음 총선이 있기 전까지 대한민국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사법부는 엄청나게 서로를 들들 볶을 것이다. 더욱 다이내믹할 한국 정치를 기대하며.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