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Hi from Boston]
Date 2010.08.22


우와. 여기는 보스턴이다. 생애 최초로 밟은 미국땅.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이 곳이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인지는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여기는 무려 미국이다, 미국!

오는 길이 생각보다 험난했다. 대부분 직항이 아닌 경우 일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이 흔한 일인데 나는 그게 처음이었던지라 나리타(成田) 공항에서 조금 해멨다. 잘 모르고 그냥 그러겠거니 하고 지나갔다가 이게 아닌 것 같아서 환승 카운터로 돌아와 직원에게 질문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나는 도쿄에서 American Airlines로 갈아타야하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과는 달리 2번 터미널로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체크 인을 해야 한다고 한국어를 (귀엽게) 잘 하시는 일본인 직원이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허둥대지 않고 다행히 미국으로 가는 AA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짐은 자동으로 로스앤젤레스로 보내졌고, 국제선/국내선 환승이 될 때에 짐을 찾아 세관 신고를 한 뒤 다시 짐을 보내면 된다고 했다.

LA까지는 약 8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바지가 좀 붙어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에 장거리 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하체가 붓는(?) 느낌이 나서 적잖이 고생했다. 잠도 그리 깊이 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잤다 깼다 먹었다 잤다 깼다 먹었다 하니까 금새 LA에 도착했다. 비행 시간 동안에 화장실 두 번 간 것 빼고는 자리에서 나온 적이 없었네. LA에 내려서 입국 심사와 세관 신고를 마쳤는데, 정말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이 많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LA에서 보스턴까지는 다섯 시간이 걸렸는데 옆 자리에 앉으신 나이 지긋하신 분이 날더러 ACS에 가냐고 물어보셔서 깜짝 놀랐다. 그렇다고 하니까 '튜브를 가지고 보스턴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학생은 으레 ACS에 가는 법이지'라고 이야기하셨다. 이 분은 지금은 은퇴한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Ablash 교수였는데, 많은 말을 나누지는 못했으나 ㅡ 몇 마디 주고 받다가 나는 이내 잠이 들고 말았다 ㅡ 아무튼 신기한 일이었다. 비행기에서 식사가 제공되지 않아 탑승 전에 버거킹 햄버거를 사갔는데, 너무 많아서 (더블 와퍼가 이정도면 트리플 와퍼는 대체 어떻다는 거지?) 결국 남기고 버리고 말았다.

보스턴에 도착하니까 기분이 무척 설레었다. 로밍된 전화기를 가지고 김억수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고 목사님께서 픽업해 주셔서 무사히 Hostelling International - Boston (내가 6박7일간 묵을 숙소) 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뵙는 목사님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뭔가 쉽지 않은 일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첫눈에 받을 수 있었다. 목사님 덕분에 쉽게 숙소에 와서 배를 채우고 잠을 청할 수 있게 되었다. 주일 예배 때 다시 뵙기로 하고 헤어졌다.

유스 호스텔 방이 꽉 찼다. 다행히 미리 예약한 덕분에 나는 여유롭게 돈을 내고 (6박이라서 $240!) 방에 들어갔다. 유스 호스텔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번에도 정말 희한하게 세계 일주를 하시는 부부 중 남편 분을 만나게 되었다.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 주시고 자물쇠와 전압 변환기를 주시는 놀라운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나는 치약과 비누, 면도기를 호스텔 옆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다시 돌아와서 지금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사실상 학회 일정은 내일부터이다. 하지만 보스턴, 아니 미국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내일 충분히 돌아다니면서 이 도시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를 좀 알아 봐야겠다. 매일매일 이렇게 1층 식당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으니 보스턴 관련된 내용도 찾고 그래야겠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월요일에 있을 포스터 발표겠지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