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펌] 저는 연애불가능자입니다]
Date 2010.09.04





20대 중반이 지나고서야 몇번의 연애 끝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걸요

연인이라는 관계 속에서 그 책임을 다 할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있고
(물론 그 준비가 되어있어야지만 연애를 할 수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교제해나아가면서 맞춰주고 상대를 배려해줄 마음이 없는, 연애를 할만한 준비나 태도도 갖추어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걸 갖추어나갈 마음도 없다는 것을, 연애할 필요를 못 느끼는 놈이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혼자이던 시절에 느낀 외로움은 그냥 남들 다 연애하니까 혼자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껴 괜한 허상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꿈꾸던 연애와 현실의 연애는 천지차이라는 걸 잊서야 깨달았습니다
연애란 게 얼마나 상대를 위해 희생하고 배려해주고 맞추어줘야하는지는 생각도 못한채 외로워하며 상대를 찾아 헤매다가 연애를 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몰랐을수도 있고 몰랐다고 연애할수 없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건 이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그렇게 해줄 마음이 안생기더라구요 정말 이상하게도 연애를 하면 상대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럴 마음이 안생기는 겁니다

이건 제가 만나는 사람이 무언가 부족하고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아니면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거나 그런건 전혀 아니었습니다 온전히 제 자신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또 제가 자기비하가 상당히 심한 편인데 여자친구랑 같이 있으면 왠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속으로 욕할 것 같다는 망상도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왠지 다들 저를 쳐다보며 '저런 놈이 여자친구가 있다니'라든지 '말도 안되는 커플이네'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서 여자친구랑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할 정도 였습니다 중증 성격장애죠

너무나 저에게 잘해주고 착하고 예쁜 친구였지만...혼자이던 시절에 갈망해왔던 그런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위해서 무언가 희생하고 배려하고 맞춰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어요 제가 너무나 이기적이어서 받는 것은 좋지만 주는 건 싫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잘해주는 여자친구가 너무나 부담스럽고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만나면 좋았지만 혼자 있을때 전혀 생각나지 않더라구요 도대체 혼자있을때는 보고싶은 마음이 안드는데 만날 때는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스킨십이었던 것 같습니다...아마도 맞을 겁니다...이런 결론이 나자 제 자신이 너무 역겨워졌습니다 상대한테 정말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쳐버릴거 같더군요

사람 대 사람의 관계인 연애에 대해선 노력할 마음도 아예 없는 장애 주제에 성욕만 남아서 그걸 이용하는 건 아닌가 하는 괴로움에 빠졌습니다

그렇다고 진실되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연인이란 관계를 이용해서 여자친구와 육체적인 깊은 관계를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 여자랑 자본 적이 없음은 물론 가슴도 만져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나이가 나이이고 남자인지라 이런 관계를 유지하다가는 진짜로 연인이란 관계를 이용해서 깊은 마음도 없고 사랑해주짇 못할 거면서 저의 욕구를 해결하려 들것 같은 생각에 괴롭더군요 제가 너무 짐승같고 역겨웠습니다

제 마음은 이런데 저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여자친구가 너무 불쌍하고 미안하고 죄책감 때문에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헤어졌습니다 정말 제 인생에 다시 만날 수 없을 좋은 사람이었다는걸 충분히 알았음에도 이게 그 애를 위한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그 애한테 큰 상처만 주고 말았죠
하지만 저랑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귀게 되었을 때 받을 상처보다는 작을거라 믿습니다

당분간은 연애 할 생각도 없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이건 체념하고는 다른 자발적인 깨달음입니다 저도 제가 이런 놈일지 몰랐습니다...
몇년 전만해도 연애하고 싶어 안달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변할줄은 몰랐습니다

타고난 연애불가능자 라는걸 깨달았으니까요
연애불가능자라는 표현은 뭔가 연애가 하고 싶지만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아 제 상황하고 맞지는 않지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연애무감각자라고 해야하나

근데 좀 우습네요 성욕은 있는데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는 제 모습이
그나마 다행인건 무슨 원나잇이나 하고 다닐만한 위인은 못되서....마법쓸수있게 된지도 벌써 꽤 됐고

어쨌거나 앞으로 그냥 저를 위한 시간을 가지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분 계신가요?




정말 읽다가 한없이 공감하다가 한없이 미안해졌다가 또 한없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었다.

이런 병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