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보다가]
Date 2010.09.26


'남자의 자격' 시리즈 중 가장 큰 히트를 쳤다고 생각되는 '하모니' 편이 오늘부로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두 달간 33명의 합창단원들이 박칼린 음악감독 아래서 무던히 노력했던 것에 대한 결실을 보여주는 이 마지막 방송분에서 많은 멤버들은 눈물을 흘렸고, 아마 오늘 방송을 보면서 눈물 콧물 뺐던 시청자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합창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처음으로 합창 다운 합창에 나갔던 것이 벌써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내가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시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합창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각 반에서 몇 명씩 뽑거나 지원을 받아서 합창단을 조직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불렀던 노래는 아직도 기억난다. 총 2번 나갔는데,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성자들의 행진', 그리고 'Oh, happy day' 였다. (게다가 나는 마지막 곡에서 어쭙잖게 솔로를 맡게되어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한 때를 보냈던 기억이...)

그 합창이 어느 순간 매년의 과제가 되었던 것은 고등학생이 되어서였다. 나는 그 때 중창 및 아카펠라로 찬양하는 동아리(에벤에셀)에 들어갔는데 ㅡ 당시 우리 중고등학교는 미션 스쿨이었고 고등학교에는 기독교 동아리가 무려 세 개나 있었다. ㅡ 우리는 매년 집회를 준비하면서 적어도 3개의 합창을 준비했다. 집회에는 중창과 아카펠라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매주 수요일 예배 특송을 위해서 우리는 중창과 아카펠라를 가끔 준비했었다. 거기에는 노래를 잘 하고 합창과 중창, 아카펠라에 전문화된 선배들이 많이 있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여고의 에클레시아와 함께 집회를 준비하다보면 남녀 혼성 4부 합창에 대해서는 정말 우리 연합을 따라올 동아리가 안양 지역 (이라 함은 안양, 과천, 군포, 의왕을 통칭한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우리 스스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정말 매 연습 때마다 좋은 하모니를 즐길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참 즐거웠다.

우리는 집회를 위해 겨울 방학 때 약 50여일동안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주말 빼고 하루도 빠짐없이 늘 연습했다. 다른 고등학생들은 학원과 공부로 겨울 방학을 보냈겠지만, 나는 5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나면 무조건 연습 장소 교회로 달려가 늘 노래와 춤을 연습하고 집에 10시 넘어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고, 정말 즐겼다. 내가 살면서 진짜로 합창다운 합창, 중창다운 중창, 아카펠라다운 아카펠라를 했다고 생각한 것은 오직 에벤에셀에서만이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컨티넨탈싱어즈의 '주만 의지해요(all in favor)였다.]

집회가 끝나고 나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동안의 연습이 결실로 나타나서 온전하게 드려질 때에 정말 그건 감격 그 자체였다. 누구라도 우리의 예배를 봤다면 정말 정성껏 준비했다는 생각을 했을테지만 사람들보다는 우리의 목소리와 몸짓을 받아주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언제라도 정말 뛸듯이 기뻤다.

남자의 자격을 잠깐 봤더니 고등학교 때 정말정말 순수했던 합창 찬양에 대한 열망이 생각나서 잠시 찡하게 눈물이 눈가 주위를 맴돌았다. 지금은 에벤에셀에서 너무 멀어졌고, 그리고 후배들이 잘 활동하고 있는지, 졸업생과 후배들 심지어 동기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잘 파악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그 때의 그 기억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정말 나를 성장하게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귀한 경험들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