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11.05.01


꿈은 현실에서 있었던 일을 뒤섞어서 재현한 이야기라던 것이 정말 사실인 걸까. 오늘 늦잠을 자서 예배에 늦을 뻔 했는데 그 꾼 꿈이 참 기막히고 아직도 지금 생생히 기억나기에 여기 적는다.


분명 나는 어느 알지 못할 도시에서 대(對)테러 전담반을 맡고 있는 직원이었다. 상관은 놀랍게도 실험실의 정희형이었다. 형은 멋들어진 모자에 망토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테러 용의자를 추격하고 있었고 나는 그 뒤를 (달리는 말과 대등한 속도로) 쫓아가고 있었다.


테러 사건으로 뒤숭숭한 상태에서 우리는 테러 용의자를 검거하였다. 그런데 분명히 장소는 외국의 어느 한 도시였고 테러 용의자도 외국인 어떤 사람이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여긴 너무나도 익숙한 충훈2교 근처, 그러니까 우리 집 앞 안양천 근처의 사거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놀랍게도 발신인은 스페인 정부 외무 관련 고위 관료. 갑자기 수화기에서 스페인어가 마구마구 들려온다. 내용인즉 테러 용의자가 스페인 국적자인데 우리 정부에서 한국 정부에 도와줄 일이 어떤 것이 있겠느냐고. 천천히 스페인어를 써가며 설명을 하는데 하다보니 혀가 꼬이고 그쪽에서도 별 반응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 영어로 말하겠다고 하고 그때부터는 영어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테러 용의자가 스페인 국적자인만큼 스페인 정부에서 협력에 더욱 힘써야하며 테러 행위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아주 포괄적인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통화가 곧 끊겼고 용의자가 스페인 사람이라는 말에 정희형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다음과 같이 수화기에 대고 되뇌었다. "C?mo sabes mi n?mero de t?lefono?" (넌 내 전화번호를 어덯게 알지?)


그것도 문법이 맞나 살펴본답시고 한 두 번은 다시 뇌까린 것 같다. 그리고 꿈에 깨었다. 12시인 것을 확인하고 부리나케 일어나 씻기 시작했다.


아마도 요즘 근초고왕을 보면서 말탄 장수들을 보다가 어제 독일에 있는 Bernd한테 OTO 무료국제전화 어플로 전화를 걸어 신나게 수다떨고 요즘 정희형이랑 Age of empires를 잠깐 했던 게 마구마구 뒤섞였나보다. 정말 황당하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몇 안 되는 꿈 중 하나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