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도 노래에서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좋겠다고 그랬는데 실험실에 들어와서는 안전을 위해 원칙적으로 실험실에서 반바지를 착용할 수 없는바 이때까지 반바지를 입고 다니지 못했다. 교회 행사나 휴가 때에나 겨우 무릎이 세상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 금지의 시대는 실로 장구했다. 


그러다가 요즘 장맛비가 너무 심해 양말과 바지 아랫단이 죄다 젖어버리는 수해 참사가 발생, 큰맘 먹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갔다. 긴바지와 운동화는 따로 담아 가져갔다. 발바닥으로 빗물이 들어가도 상관없고 지나가다가 물이 튀어 정강이가 젖어도 관계없다. 아니 이 상쾌한 출근길을 왜 이제껏 사양해왔단 말인가? 


평소엔 반바지처럼 입고 다니다가 실험실에서 긴바지로 펴서 입을 수 있는 그런 옷은 없을까? 슬리퍼였다가 운동화처럼 발 전체를 감싸는 실내화로 자유 전환이 가능한 그런 신발은 없을까? 야속하게 비만 퍼부어대는 하늘을 보며 생각한 엉뚱한 바람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