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벌써부터 아버지의 회갑연을 생각하는 게 불효라면 불효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는 아직 59년생의 정정하신 50대 중반이시기 때문이다. 회갑연은 아직 6년이 남았으며 따라서 이것은 내 학위와 취업보다도 더 먼 일이다 ㅡ 아니 먼 일이기를 바란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따라서 지금부터 회갑연을 생각한다는 것은 아버지꼐서 빨리 늙기를 바라는 아들이라는 어긋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내막은 다르다. 오늘 오랜만에 말로(Malo)의 앨범을 듣다가 무릎을 딱 친 것이 바로 아버지의 회갑연을 어떻게 꾸며드릴까였다. 잠깐 찾아보니 대부분 회갑연은 맛있고 큰 음식점이나 호텔 같은 곳에서 회갑상을 차려놓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부모님은 마치 돌잡이하는 아이가 앉아 있던 위치에 앉아계시고. 그냥 고급스런 선물과 손주들의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여~' 하는 오물오물 축하멘트, 그리고 이전날을 돌아보는 할아버지의 질곡 많은 사연... 뭐 이런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웬만하면 이런 전형적인 회갑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분명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다. 기왕이면 우리 가족의 특장점을 잘 살리는 그런 잔치 말이다.


그래서 2019년 9월 19일 ㅡ 정말 기묘한 날짜 아닌가? ㅡ 에는 아들이 헌정하는 작은 콘서트를 개최하려고 한다. 아버지는 고급스런 턱시도와 멋들어진 보타이를 매신다. 어머니는 기품있으면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포인트를 가진 드레스를 입는다. 장소는 무대와 조명, 피아노가 있는, 또한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어느 회관 소강당이 적절하겠다. 나는 5곡 정도를 부르고 마지막 곡은 우리 가족이 다 함께 부른다. 여기에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ABBA의 노래, 적절하다 싶은 복음성가들, 그리고 오늘 들은 말로의 재즈곡 등등이 다수 포함되겠지. 사회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는 내가 맡고 중간중간 우리가 가진 수많은 가족사진들과 영상들로 이야기를 만든다.


어머니도 괜찮게 생각하시는 눈치다. 일단 큰 얼개는 짰으니 6년동안 잘 준비해볼까? ㅋ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