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나는 되고 싶은 게 무척 많았다. 그 때 품었던 꿈 중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꿈이 바로 화학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접은 꿈 중 하나가 '신문기자'였다. 당시에 나는 긴 글을 쓰는 데 엄청난 취미를 붙이곤 했다. 꽤나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고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우후죽순 늘어났을 때였는데 열심히 타이핑을 하다 보면 어느새 글의 길이는 꽤 길어졌고 나름 형식과 주제, 그리고 근거를 갖춘 (순전히 내 판단에서만) 근사한 글이 탄생하곤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내가 중 2 때 사회 선생님이 젊은 총각 선생님이셨는데 그 선생님은 내게 언젠가 성수는 네가 가진 꿈대로 기자를 하면 정말 좋고 멋진 기사를 쓸 수 있을 거라며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다.


최근 한 공장에서 염산 저장고가 폭발하여 다량의 염화수소가 유출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읽다가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염산의 산도가 35%라는 그 표현과 바깥의 눈과 반응하여 염화수소가 발생하여 흰 연기가 발생했다는 그 묘사는 '이 나라에 화학을 잘 아는 과학전문기자가 이리도 없단 말인가?' 혹은 '과학적 상식을 가진 기자가 이리도 부족하단 말인가?' 하는 통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사실 염산은 염화수소(HCl, hydrogen chloride)의 수용액이며 일반적으로 다루는 포화 수용액의 퍼센트 농도가 35.0%에서 37.0% 정도 된다. 산도는 보통 수소 이온 농도(pH)로 표시하지 퍼센트 농도로 표시하지 않는다. 기자는 단지 염산 통에 붙은 이름표에 'hydrochloric acid, 35.0%-37.0%' 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그냥 산도라고 했나보다. 그리고 염산이 바깥에 뿌려진 눈과 반응하여 염화수소 흰 연기가 생겼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원래 염화수소는 휘발성이 강하므로 바깥 공기에 노출되면 염산으로부터 염화수소 기체가 자연히 나오게 되어 있으며 이는 공기중의 수증기에 바로 녹아들기 때문에 염산 증기가 되어버린다. 이것이 흰 연기처럼 보이는 것이지 염화수소 자체가 흰 연기인 것도 아니며 염산이 눈(=물)과 반응하여 염화수소를 내는 것도 아니다.


문득 중학생 때의 꿈이 꿈틀거렸다. 나는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한다. 비록 거듭되는 상고와 퇴고가 없으니 내가 이제 쓰는 글들은 논문을 제외하고는 한낱 인터넷 찌라시에 불과한 글들이지만 그럼에도 멋진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은 언제나 간절하다. 내가 만일 기자가 된다면 각종 사회 전반의 과학 관련된 일들을 대중에게 쉽고 멋지게 소개하는 데 정말 성심껏 애를 쓸텐데 말이다. 과학과 사회를 접목시킨 칼럼이나 기획물을 쓰는 것도 기쁜 일이다. 이제는 정말 너무 멀리 온 걸까? 혹여나 교수가 된다면 그런 일들을 더 의욕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을까? 가끔은 이런 생각으로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