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청문회는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한** 이라는 영리법인명을 보고 대뜸 후보자의 자녀라고 생각했던 국회의원이나, 공저자로 기재된 이 모 교수를 보고 대뜸 후보자의 인척이라고 생각했던 국회의원이나, 정상적인 답변을 가로막고 뜬금없이 언성을 높이던 국회의원이나, 다 수준이 낮기는 매한가지였다. 오히려 놀라웠던 것은, 후보자 자녀를 둘러싼 의혹을 두고 첨예하게 들이밀 줄 알았던 검증의 칼날이 이보다 더 무딜 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기에 청문회 앞길이 가시밭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렇게 싱겁게 끝난 게 석연치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해당 논란을 정리한 기사와 실제로 그 자녀가 올렸다던 논문 사이트들을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 ㅡ 이것은 과학자 윤리에 어긋난 스펙쌓기일 뿐, 불법이나 특혜와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불법이려면, 해당 논문의 작성이나 투고, 리뷰, 게재까지의 모든 과정 중에 법적 위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필(代筆)이나 약탈적 출판사(predatory publisher), 혹은 저명한 IEEE의 이름만 따온 뭔가 공신력이 없는 것같아 보이는 학회에 문제가 있을 뿐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비윤리(非倫理)적인 것이지 불법(不法)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이것이 특혜이려면, 다른 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모종의 기회가 비밀리에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비윤리적 약탈적 출판물이나 잘 모르는 학회 프로시딩(proceeding)에 게재되는 논문의 경우, 돈만 있으면 내용의 깊이와는 무관하게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대학 진학도 하지 않은 고등학생에게 과학자 윤리의 잣대를 들이밀며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격에 맞지 않다. 이 모든 것이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입시 제도에 따라 불거진 과도하고도 무의미한 스펙쌓기 경쟁이 빚어낸 촌극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조국 前 민정수석/법무부장관의 자녀의 문제와 비교하자면 자신이 참되게 이뤄낸 것이 아닌 것을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여 그로 인한 이득을 취하고자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씨의 딸은 약탈적 저널과 학회 프로시딩지(志)에 자신의 글을 올린 것에 반해, 조씨의 딸은 정식 국내의학 저널에 자신을 제1저자로 기재한 논문을 게재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씨의 딸은 아직 고등학생이라서 그 스펙쌓기의 이득을 취하지 못했으나, 조씨의 딸은 이미 의학전문대학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이 이후 진학과 커리어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피할 수 없었다는 ㅡ 게다가 시험 탈락 등의 이유로 인해 그러한 '세간의 인식'이 더욱 확대되었다. ㅡ 그런 정황에 차이가 있다. 물론 그것은 정황과 인식의 문제일 뿐 조씨나 한씨의 딸 모두 이것 때문에 경찰의 조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조씨의 딸과 관련해서 법적 문제가 된 것은 이 논문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문서를 위조한 것이었다. 조씨의 딸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이라는 것은 없었고, 다만 윤리적 책임으로 인해 입학이 취소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후보자가 자녀를 위해 다른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 없었다면 후보자는 물론이고 한씨의 딸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이란 없다. 다만,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한씨의 딸은 해당 분야로의 커리어가 차단되는 것은 물론 향후 대입과 관련하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그러한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뛰어난 성적이나 능력을 스스로 입증한다면 그것 또한 재평가되어야 할 몫이겠지만. 심지어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정유라도 자신의 학력은 모두 말소되었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보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