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같은 조원들은 1박2일 짧은 여행을 함께 가겠노라고 올해 초부터 늘 얘기해 왔었다. 나는 그저 떠오른 장소가 부여였고 여기에는 수학여행의 좋은 기억 + 중요 인간문화재 최기영 대목장의 KBS 다큐멘터리를 본 소감이 혼합된 결과물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여에 가 본 적이 없었고, 그렇게 우리 조의 여행 장소는 부여가 되었다. 석가탄신일이 절묘하게 금요일이었기에 우리는 목-금 1박2일로 부여에 다녀오기로 했었다.


생각보다 참석 인원은 적어져 4명이 출발 당일 모였고 나는 미리 장을 봐 둔 누나들과 운전을 하는 형에 늦게 합류하였다. 부여를 향해 떠난 때가 8시. 거의 자정이 다 되어 펜션에 도착했는데 밤하늘의 많은 별들은 찬란히 빛나고만 있었다. 우리는 뒤늦게 그 새벽에 부랴부랴 고기를 구워 배불리 먹었고 아침해가 솟아오를 때까지 부루마블 게임을 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사실 수학여행 때처럼 여기저기를 다 돌아다니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여행 코스는 부소산성과 백제문화단지였다. 부소산성은 낙화암과 같은 유명한 명소를 찾아가면서 자연히 산책도 하는 즐거움이 있기에 택한 것이었고 백제문화단지는 최기영 대목장과 그 휘하의 수많은 기술자들의 노고로 세워진 최대의 역사테마파크로서 부여에 온 이상 꼭 들러보겠다고 다짐했던 곳이었다.


부소산성은 예전보다 정비가 훨씬 잘 되어 있었고 난잡하게 많던 상인들의 수가 훨씬 줄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 날씨가 무척 맑고 해가 쨍쨍하게 하늘 위에서 우릴 바라보는지라 지치고 타는 않을까 매우 염려스러웠는데, 소나무로 우거진 숲길은 시원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낙화암이 있는 백화정에는 사람이 무척 많았고 특히 석가탄신일이었는지라 고란사는 기도하러 온 사람, 고란약수를 마셔보러 온 사람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소산성에서 배를 타고 구드래 조각공원까지 이동했는데 고요히 흐르는 백마강 위에서 잠깐 만끽한 수상 유람은 무척 상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백제문화단지는 정말 잘 조성한 역사테마파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접하게 복원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로 깔끔하고 웅장하데 모든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고 특히 능사의 5층건물은 오늘 관광의 압권이었다. 날이 너무 더워져서 걷는 동안 좀 피곤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기술자들의 땀과 정성을 생각해보니 그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면밀하게 이 건물들의 의미를 음미해보고 싶었다. 민간본에 의해 더 확장될 이 테마파크는 아마도 부여가 가장 자랑스러워할 만한 귀중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보통 단순한 수학여행지라고 인식하더라도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다시 찾으면 그 여행지는 매우 놀라운 매력적인 장소가 된다. 이번 부여 여행을 통해 그 명제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생뚱맞았을 제안을 받아들이고 더운 날씨에 함께 해 준 우리 조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