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제 저녁 6시경에 일본의 나고야 대학에서 온 유키 나가시마라는 일본인 학생이 우리 실험실에 찾아왔다. 장맛비를 조금 맞은 그의 캐리어들이 '나 한국에 방금 왔다'라고 증언해 주는 듯 했다. 이 학생은 Campus Asia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대로 왔는데 앞으로 3개월 가량 우리 실험실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맡게 될 ㅡ 그러나 연구가 아주 주요한 목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ㅡ 예정이다.

 

살면서 일본인은 더러 만나봤지만 이렇게 가깝게 장기간 만나게 될 기회가 생기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자리는 내 옆자리로 지정되었다! 이런, 고등학교 때 1년간 배운 일본어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혹시나 싶어 집에 있던 일본어 교본을 학교 오피스에 갖다 놓았다. 용케도 몇몇 표현들과 발음들, 가나는 잊지는 않았지만 자유로운 일어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당연지사. 문제는 이 학생도 그리 영어를 잘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니 과연 앞으로 3개월동안 어떻게 지내게 될 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8월에는 독일로부터 새로운 DAAD 학생이 오게 될테니 우리 실험실에는 독일과 일본 학생이 함께 지내게 되는 것이다. 하필이면 아픈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두 나라 학생이 우리 실험실에 오게 된 건가 참 의아스럽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 실험실이 국제적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는 것이니 나로서는 이런 거저 주어지는 기회를 놓칠 수가 없지. 독일 사람이고 일본 사람이고 한국 사람이고를 떠나서 우리는 모두 고분자를 연구하는 학생들이니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뭔가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유키와 또 다음에 들어오는 독일 학생과도 원만히 잘 지냈으면 좋겠다!

 

참, 지난 1년여동안 서고에서 잠자고 있던 내 옛날 핸드폰인 넥서스원을 잠시 유키에게 빌려주게 될 것 같다. 공기계가 있어야 3개월동안 연락을 하는데 무리가 없겠다는 실험실의 판단 덕에 내 사랑스런 넥서스원이 다시 이용될 듯 하다. 역시, 잘 산 물건은 언젠가는 또 다시 필요할 때가 오는 법이다. 이런 게 바로 넥부심...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