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기간동안 차근차근 준비했던 이사가 오늘 한 방에 완료됐다. 이미 전날 자가진단키트로 음성임을 확인을 한 나는 큰 걱정 없이, 그러나 마스크를 낀 채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아침 8시에 에어컨 기사 두 분 ㅡ 왠지 부자지간인 것 같았다. ㅡ 이 오셔서 해체를 진행하셨고, 11시쯤에 이사할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가서 입주자 카드 작성한 뒤 카드 키를 전달받았다. 부모님이 KTX를 타고 정오가 지난 시각에 익산역에 도착하셨고,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집 근처의 일단 막국숫집에서 점심을 청했다.


원래 2시에 진행됐어야 할 이사는 이삿짐센터의 스케줄 조정 실패로 인해 1시간이 늦어진 3시에야 시작되었다. 부모님은 어떻게 명시된 계약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이삿짐센터가 세상에 어디에 있냐며 강하게 어필할 것을 주문하셨지만... 내 성격이 그러지 못해 어차피 늦어져봐야 피해볼 상황들이 없는데 무에 그리 박하게 대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별달리 말은 하지 않았다 ㅡ 그래도 결국 어머니는 항의성 전화를 한 번 하셨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지 예상치 못한 이른 시각인 2시 반부터 집주인이 요청한 도배사들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삿짐 정리와 도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이삿짐 정리 작업이 한창일 때, 나는 그동안 살았던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 들러 음식물쓰레기 태그를 반납하고 오늘까지의 관리비를 모두 납부했다.


한편 이삿짐센터 전문 인력의 솜씨는 기대 이상이었다. 비록 1인 가구인지라 짐이 많지 않았음을 인정해야겠지만, 2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내에 모든 가구와 짐을 정리하여 이삿짐 차에 실었고, 새 아파트에 도착한 뒤 1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그 모든 짐들을 내려놓고 설치까지 완벽하게 마쳐주었다. 물론 세세한 짐 정리 등은 내 몫이지만 7시 10분경에 모든 작업이 종료되어 우리 가족은 빠른 일처리에 새삼 놀랬다. 물론 예정대로 2시이 시작했다면 더 일찍 마쳤겠지만, 시작 시간이 늦어진 것을 빼면 모든 것은 완벽했다. 나는 시간이 늦어진 덧을 제외하면 긍정적인 리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광명행 KTX 발차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익산역에 가서 역 근처에 있는 한 해장국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부모님은 역사로 들어가셨고 우리는 포옹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직은 정리가 안 되었지만 넓어서 뭔가 이유없이 깔끔한 느낌이 드는 새 집. 나는 샤워를 한 뒤 일단 아파트 주변을 걸으며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간략히 살펴보았다. 헬스장이 근처에 있고, 괜찮아 보이는 정육점이 하나 있었다. 주변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두 개나 있고, 청진동해장국 집도 있었다. 마트도 있었고 실내 골프 연습장도 있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산책할 수 있는 호수를 둘러싼 작은 공원도 있었다. 앞으로 자주 찾아와야겠다.


일단 오늘은 일찍 잠을 청해야겠다. 그래봐야 자정 가까운 시각이겠지만. 어쨌든 하루바삐 움직인 이사 작업은 90% 완료되어 무척 흐뭇하다. 비록 나머지 10% 완료를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자축하며.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