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불거진 박근혜 게이트가 정국을 들쑤시고 있는데 별안간 박태환과 김연아, 그리고 손연재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 중 박태환의 경우가 가장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박태환이 지난날 도핑 양성 반응 때문에 메달을 박탈당하고 일정 기간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은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태환이 약물을 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것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기 때문에 징계를 받아도 마땅하다는 것 역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사실이자 지극히 당연한 논리이다. 그런데 문제는 2016 리우 올림픽 즈음에 불거졌는데, 대한체육회는 이중 처벌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온 정성(?)을 다해 박태환의 출전을 저지하고자 하였고, 박태환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에 힘입어 올림픽 대한민국 수영 대표 선수로 출전할 수 있었다. 당시 박태환을 강경하게 몰아붙인 대한체육회 측이나 약물 복용에 대한 애매한 답변으로 신뢰를 바닥으로 내동댕이 친 박태환 측이나 좋지 않은 소리를 듣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런데 최근 최순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박태환에게 출전 포기를 종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잘 알다시피 박태환은 2012 런던 올림픽 직후 정부에서 계획하는 올림픽 선수 퍼레이드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귀 귀국한 바 있다. 이후 박태환은 연습 시설도 스폰서도 없이 힘들게 훈련을 진행해야 했는데, 대한체육회에 '찍혔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규정을 몰아붙이면서까지 박태환의 앞길을 막았다는 비판이 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최근 박태환이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리우 올림픽 기준으로 은메달에 해당하는 성적까지 올리자 여론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이 사건의 극적인 연결고리를 지켜보니 비윤리적인 스캔들을 저지른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정당하다면 그 비윤리적인 스캔들로 인한 불명예는 어느 정도 선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절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러니까 공적을 세우는 것을 수입에, 불명예를 유한한 부채에 빗대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이와 같은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멀리 갈 것도 없이 2005년 후반부를 뜨겁게 달구었던 황우석 박사 논란이 있다. 줄기세포와 관련된 첨단 연구로 일약 스타가 되었던 그는 Science 지에 실린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증거가 밝혀지게 되면서 명예를 잃게 되었고 국내 학계에서 사실상 퇴출되었다. 그러나 논란이 그렇게 손쉽게 일단락된 것은 아니었다. 캠퍼스 내외에서 황우석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위대의 세력은 건재했으며, 황우석 자신도 사립 연구소에서 일정 성과를 내보이는 등 연구를 지속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나는 황우석이라는 사람의 실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비록 Science 지에 실린 논문들은 조작에 근거한 가짜 논문이지만 적어도 복제와 관련된 그의 기술 전부가 무효인 것은 아니다. 그는 스킬이 있으며 또 관련 지식 역시 해박하다. 더구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설 및 언론 플레이가 능수능란하다는 것을 나는 직접 콜로퀴움에서 목격한 바 있기도 하다. 아무튼 황우석이라는 개인의 능력은 출중하다고 나는 가정한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조작, 허위, 표절에 근거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사람에게 철퇴를 내리는 편이고, 다시는 학계에 발을 못 붙이도록 영원히 제명시켜 버린다. 그릇된 정보를 학계에 제공함으로써 학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죄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계에 보고된 연구 결과는 필연적으로 다른 연구진에 의해 재현과 확장이 시도되기 마련인데, 애초에 잘못된 연구 결과였다면 재현이 될 리 만무하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시간, 돈, 인력의 낭비, 그리고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오류의 가능성은 학계에 큰 재앙이 되고 만다. 이런 이유로 황우석이라는 사람은 국내외에서 모두 퇴출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 황우석이라는 사람이 학계에서 퇴출되었음에도 학계 바깥에서 모종의 성과를 거둬 세상에 유익을 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인가? 또 그에 따르는 대중의 환호와 동정, 그리고 학계에 대한 비난은 어떻게 감수해야 할 것인가? 그러한 점에서 박태환의 이야기는 황우석의 이야기와 무척 닮아 있다. 다만 체육계는 도핑과 관련된 처벌이 과학계와는 달리 '기록 삭제 및 출전 금지' 정도에 그치며 일정 기간 이후 신체 능력이 출전 조건을 만족시키기만 한다면 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떠한 명료한 기준을 두고도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요즘, 뜬금 없는 스포츠 선수들의 이야기를 놓고 내적 시름은 더 깊어져 간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