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미국 화학공학회(American Institute of Chemical Engineers, AIChE) 연례 총회에 참석하느라 학교와 컨벤션 센터를 왔다갔다 했는데 일정 자체보다는 그에 부수적으로 딸린 잡다한 여러 일들을 챙기느라 몸과 마음이 번잡했다. 텍사스에서 학회 참석차 올라온 상일이를 거의 3년만에 만나볼 수 있었고, 그 외에도 한국과 미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화학공학과 선배들을 만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학회와 관련하여 말하자면 나는 월요일에 포스터 발표를, 그리고 마지막날인 금요일에 구두 발표를 진행했는데 포스터는 블록공중합체 자기조립과 관련된 내용, 그리고 구두 발표는 콩기름 관련된 연구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학원에 입학한 이래로 지금까지 항상 내 모든 발표는 블록공중합체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었는데, 사상 처음으로 블록공중합체 내용이 일절 포함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주제의 연구 내용을 국제 규모의 학회에서 발표하게 되었다. 때문에 기존에 클리셰처럼 진행하던 서두(序頭) 부분을 도저히 활용할 수가 없게된지라 연구 배경 설명 및 전개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준비해야 했으므로 다소 애를 먹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전달이 된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학회장에서 학교로 돌아오면 늘 실험실에 있었다. 최근 폴리우레탄 실험이 급물살을 타고 있었는데, 지난 주 내 목표는 스케일업해서 고분자를 더 많이 한꺼번에 합성하자는 것과 열처리시 나타나는 화학적 변화를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 분광법으로 확인하자는 것이었다. 일단 스케일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거의 10 g 이상의 고분자를 한꺼번에 얻은 것으로 보이며 NMR 관찰 결과 비슷한 분자량의 프리폴리머(prepolymer) 합성이 재현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열처리 변화의 경우 시행착오가 다소 있었는데 굳이 저해제(inhibitor)를 넣지 않고서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실험적으로 깨달아서 저해제 없이 다양한 온도에서 열처리를 하고 있다. (덕분에 NMR용 다이메틸틸설폭사이드 용매 사용량이 급증했다...) 이번달 동안 체계적으로 실험을 진행해서 섬유를 뽑기 전 단계에서의 물성 분석을 마치면 겨울동안 굉장히 재미있는 연구 주제를 하나 마무리지을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든다.


이렇게 학회와 실험과 씨름을 하다보니 그 외의 생활은 모두 처참하게 망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이불도 다 빨고 집안 청소도 다 새로 하고 냉장고를 정리한 뒤 오랜만에 국도 끓이며 요리를 미리 해 두었다. 집안 분위기를 일신하자 기분이 퍽 좋아졌다. 그리고 최근에 학교에 있는 레크리에이션 센터 ― 흔히들 렉 센터라고 줄여 부른다. ― 에 등록해서 거의 2주만에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미네소타 대학의 렉 센터는 규모가 굉장히 크고 운동 기구 역시 다양한데,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원하는 기구를 원하는 때에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학교에서 연구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러서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으니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나타났던 이전 헬스장에 비하면 좀 더 편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70 kg 가 되는 것이 목표인인데 새 장소에서의 운동이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번잡하지만 큰 무리는 없었던 한 주였다. 사실 홈페이지에도 들락날락했지만 그냥 뭔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한동안 업데이트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를 확 바꾸었으니 좀 더 자주 글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하며!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