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한 번도 글을 쓰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지난 2주간 정말 열심히 살긴 했는데 굉장히 피곤했고 10시간 너끈히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휴식을 취하고 나서야 '아, 홈페이지에 글 남기는 걸 깜빡했네.' 하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접속해서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한국도 12월은 송년회 분위기라서 일이 잠시 멈춰지는 분위기라지만 미국은 더 심하다. 가을학기가 끝나는 12월 하순이 되면 학부생들은 모조리 캠퍼스를 비워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교수님이며 대학원생들이며 모두 가족과 함께 연휴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Frank Bates 같이 그런 것과 상관없이 늘 연구실에 나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다..). 작년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을 빼고 매일같이 학교에 나왔는데 그 때 내가 느꼈던 것은 '내가 왜 아무도 없는 이 곳에 나와서 꼬박꼬박 일하는 척을 하고 있는 거지?' 였다. 그 때 다짐했었다 ― 다음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반드시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로. 그리하여 그제 2년차 포닥 계약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휴가를 쓰게 되었고 교수님의 승인이 바로 떨어졌으니,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늘 가고 싶었던 미국의 수도, 곧 워싱턴(Washington DC)이다!


물론 워싱턴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니고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델라웨어(Delaware) 주의 윌밍턴(Wilmington)을 거쳐 뉴욕(New York)으로 넘어간다. 볼티모어(Baltimore)나 필라델피아(Philadelphia)도 고려해봤지만, 볼티모어는 그렇게 특색있는 볼거리가 있어보이지는 않고,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오래된 옛 수도라 볼거리는 많지만 워싱턴과 여행 테마가 굉장히 겹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두 도시는 여행 계획에서 과감히 빼기로 했다. (물론 필라델피아는 대도시니까 언젠가는 다음에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어느 누구도 잘 모르는 윌밍턴을 여행 계획에 집어넣은 이유는, 윌밍턴은 세계적인 화학 회사인 듀폰(DuPont)의 정취가 강하게 남아 있는 도시로서 고분자 화학자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도시와 체류 날짜를 모두 확정한 뒤부터는 거기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고 있는데, 워싱턴 같은 경우는 오전에는 박물관 한 곳, 오후에는 랜드마크 한 곳, 저녁에는 공연이나 바에서 한 잔, 뭐 이런 정도로 여유있게 관광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물론 하루 정도는 유명한 기념물 장소들을 한꺼번에 돌아다녀야 하는 강행군을 펼치긴 해야겠지만, 시간도 넉넉하겠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겠다 ― 비행기 삯과 숙박비를 잘 아낀 덕분에! ― 무언가에 쫓기듯 바삐 여행을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윌밍턴의 경우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도 아니라서 목적지가 네 곳 정도로 완전히 정해져 있고, 세 번째 방문하는 뉴욕은 더 이상 관광의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일정을 빡빡하게 잡을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지난 7월 과테말라 여행 이후로 거의 반년만의 여행이 되겠으며, 3년 전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이후로 오랜만에 진행하는 셀프가이드 솔로 여행이 되겠다. 그동안 휴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편히 쉬는 것과 바깥 나들이를 하며 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알차게 계획해서 즐기는 연휴를 만들어 봐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