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을 보았다. 캠퍼스는 온통 흰눈을 뒤집어 썼고, 도로는 죄다 슬러시처럼 변하고 말았다. 점심을 먹다가 밖을 바라보니 온 세상이 하얀 것이 겨울 왕국이 따로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절경이었다. 그런데 이 광경은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어둔 밤길, 눈으로 뒤덮여 있던 귀갓길에는 눈의 영화란 온데간데 없고 매섭게 추운 공기만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속보(速步)로 시간을 줄였다지만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영하의 기온이었다. 이것을 이제 어찌 견뎌낸단 말인가 ― 늘 여름과 겨울의 초입에 떠들어대는 호들갑이지만 언제라도 심각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당장 집에 와서 내복이 어디있는지 확인했다.


그러고보니 사상 가장 길었다고 생각되는 가을이 어느새 자리를 떴다. 아마 내일이면 이때까지 갖은 아우성을 치며 나무에 간간이 붙어 있던 잎사귀들도 항복한 군대가 내던진 백기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게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