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격적인 이사를 단행하면서 지난 30여년간 살았던 안양을 떠나게 되었다. 가족의 품을 떠나 이제는 온전히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언제나 칭찬해 마지 않던 안양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 앞에서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교통의 요지이자 행복한 삶의 터전이었는데 말이다.


새로 이사하게 된 집은 서울대입구역 근처이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스타트업 '집토스(http://ziptoss.com/)'를 통해 단 이틀만에 소개 받고 이틀 뒤 계약까지 완료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좋은 위치와 시설의 방을 빠르고 간편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집토스 관계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서울대학교에서 지난 11년동안 공부하고 일하면서 선후배로부터 수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 중 후배 ― 그것도 까마득한 후배 ― 로부터 받은 도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도움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조만간 치토스와 초콜렛을 들고 사무실을 찾아갈 예정이다. (혹시 검색어 '집토스'로 이곳에 오신 분들이 있다면 이 멋진 청년들의 혁신에 함께 찬사를 보내주세요! 집토스! 집토스! 집토스!)


안양 집에서 가져온 짐과 원주 집에서 가져온 짐, 그리고 이모 댁에 잠시 맡겨 놓았던 짐들을 모아 보니 꽤 많은 양이었지만, 수납공간 안에 차곡차곡 넣으며 정리하니 금새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침대를 놓지 않으니 방 안 공간은 넓어 보였고, 실제로 두어 명이 둘러 앉아 놀기에 적격인 듯 싶었다. 서울대입구역 가까이에 다이소가 있어서 온갖 물건들을 이것저것 샀다. 생활용품과 각종 물건들을 하나하나 사서 배치하다보니 지출이 10만원 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욕심을 내서 야마하(Yamaha) 전자피아노도 이참에 구매를 했는데 다음주 화요일에 입고가 되어 배송된다니 다음주 쯤부터는 새 방에서 열심히 피아노를 두드리며 여가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생활의 독립이 경제적인 독립보다 많이 늦어졌다. 작년에 포닥을 시작할때부터 이렇게 따로 나와 살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잠시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뭐 어쨌든 지난 일이니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포닥으로 서울대에서 재직할 수 있기에 이 곳에서 오래 살 수는 없겠지만, 그 짧은 시기 동안 많은 것을 즐기고 누리며 살려고 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레고(Lego)를 하며 꿈꿔왔던 생활이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 독립해서 사는 것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