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핫 이슈는 다름아닌 강원도 군사분계선 근처의 GO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난사(亂射)' 사건이 아니라 '살인(殺人)' 사건이다. 관심병사로 분류된 병장이 경계근무를 마치고 나서 돌아오다가 분대장 하사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시키고, 수류탄을 투척하여 많은 사람들을 부상시킨 것도 모자라, 생활관 안팎의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눈 뒤 그들의 생명들을 앗아간 사건이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어째서 전역을 석 달 앞둔 병장이 이런 무시무시한 사건을 저질렀는가! 혹시 여자와 관련된 문제인가? 아니면 예전의 김 일병 총기난사 사건 때 돌았던 음모론처럼 북한군이 내려와 초소를 궤멸시킨 것을 은폐하려는 수작인가? 하지만 이 모든 추측은 무장탈영한 임 병장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점차 하나로 모아지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그가 메모를 남기고 자해를 시도하면서 생포되자 결론이 나게 되었다. 사유인즉 군대 내 따돌림. 현역으로 군대를 필하지 않은 나로서는 상세하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가 못되지만 적어도 이 따돌림이라는 현상은 한국, 아니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사회 현상이기 때문에 비록 군 인권위원회 회원이 아님에도 나는 발언권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그런 따돌림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도덕적인 잣대가 개입되면 사회 현상은 해석되지 못하고 판단될 뿐이며 결국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꼭 이런 얘기하면 '따돌림이 잘못된 거죠' 라고 얘기하는 성인군자 티를 내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이야말로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하는데 일조하는 일종의 방관자이다.)

왜 임 병장이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나? 나는 그 이유을 알 수 없다. 병영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내가 점쟁이 혹은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닌 이상 알아낼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짐작은 간다. 왜냐하면 (아까도 얘기했지만) 따돌림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은근히 무시받거나 소외받는 사람을 어디에서나 만나게 된다. 그들 사이에서는 뭔가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꽤나 어렵지만 다들 그 두루뭉술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으로 긍정한다.

군대는 수직적, 층위적 관계가 강조되는 집단이다. 계급이 곧 그 사람을 대변하는 특수한 집단이다. 하지만 그런 군대에서도 하극상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임 병장의 메모에 따르면 자기 후임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에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이렇듯 군대에서도 사람들은 소위 '짬'이라고 불리는 것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을 내적으로 다 받아들이지는 않는 듯 하다. 그것은 주입되어져만 하는 것일뿐 자연인에게 자연스러운 옷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군대에서 이러한 문화를 보편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았다. 게다가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유교적 전통으로 인해 한국인들은 일반 사회에서조차 그러한 '나이 순서'를 존중해야한다고 배우지 않았는가. 한국인은 그런 '짬' 문화에 반강제적으로 억지로 길들여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짬' 문화에 저항하게 되는 기제는 빠른 서구화가 제공해 주었다. 능력 위주의 사회라는 주장 아래 나이 순서를 중시하는 형님 문화와 상명하복, 집단주의적 의사 소통 결정 양식은 전근대적이고 후진 것이라는 인식이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전통과 충돌하였고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부분에서 분리되어 젊은이와 어르신을 나누었고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이격을 불러일으켰으며 극단적으로는 마초남과 왜곡된 페미니즘의 소모적인 대결을 낳았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게 아니다. 아버지 직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원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등교라고 할지 출근이라 할지 애매한것만큼이나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것이 바로 대학원이다. 여기에는 연차와 능력이 공존한다. 어떤 것도 압도적인 서열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말은 대학원 내에서도 무능력하거나 타인과 융화되지 못하는 성격을 가졌다면 비록 나이가 많고 연차가 높더라도 따돌림과 소외가 분명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 병장 사건을 보면서 사람이 나이가 들고 지위가 올라가더라도 무시받지 않고 살려면 어느 곳에서나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일해야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결코 세상은 부족하고 힘없는 사람을 감싸주고 한없이 도와주는 이상적인 기독교적 천국이 아니다. 내가 나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올려주지 않을 것이고, 사실 대중은 ㅡ 특히 사회에 화가 나 있는 보편 한국인들은 ㅡ 어떤 이를 희생양을 삼아 피멍들게 만드는데 놀라운 소질이 있다. 공동체주의와 협력, 상생과 같은 구호가 허공에 흩날리는 연기가 되지 않으려면 그것을 외치기 전에 내가 바로 서고 내가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게 사회에서 내가 '관심병사' 처분을 받지 않고 '병장 만기 전역'으로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 단계일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