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동안 친한 친구들을 두루 만났다. 요즘 우리들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 이야기, 혼인과 소개팅을 아우르는 여자 이야기, 그리고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이견으로 충돌하는 정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휘상이가 혼인을 앞두고 있어서 가끔 집값 얘기가 나오긴 하지만 적어도 우리들 중에서 용석이나 지열이나 그런 부동산 혹은 주식에 빠삭한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냥 그것이 적절하다 과하다 혹은 참 힘들다 이런 표현으로 되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참 다양하게 살고 있다. 휘상이는 10월에 결혼할 예정이므로 8월부터 사람 만나랴 결혼 준비하랴 참 바빠질 것이다. 용석이는 회사 일이 더욱 고되다고는 하는데 자기 나름의 생존 방식과 철학(?)을 가지고 전선에 임하는 것 같다. 지열이는 이번에 인턴으로서 일하는 회사에서 잘 되어야 할텐데 아무튼 건승을 빌 뿐이다. 성림이는 아마 파리에서 부인과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겠지? 용석이가 자몽청을 따로 가져와서 맥주와 섞어 마시고 와인을 곁들였는데 아주 환상적인 여름밤 삼덕공원에서의 야외 음주였다. 다들 그저 잘 되고 좋은 결과들을 얻길 바랄 뿐인데, 참 세상일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친구들을 믿으니까 어떤 어려움들도 잘 이겨내어 ㅡ 혹은 회피하여 ㅡ 그거 참 신통방통한 결정이었다며 함께 웃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토요일 저녁에는 광화문 아펠가모 ㅡ 예전에 형기누나 결혼식 때 갔었던 웨딩홀이다. ㅡ 에서 진환이 혼인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양복을 입고 거리를 나섰다. 여전히 무더운 날씨에 저고리를 벗었다 입었다 반복하기를 여러 번, 그렇게 웨딩홀에 들어섰더니 이게 웬걸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가. 가까스로 축의금을 내고 진환이와 짧게 인사를 하고 식장에 들어갔다.

주례 없는 결혼식, 돌발적인 키스 세례, 그리고 결혼식 중간중간 그리고 끝나고 들리는 재즈 음악이 참 인상적이었다. 진환이는 알지 모르겠지만 식후 사진 촬영 때 흘러나온 음악은 호레이스 실버(Horace Silver)의 앨범 'Song for Father'였다. 한창 실험실에서 밤샘 작업할 때 듣곤 했던 음악이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CD 한 장 사서 선물로 줄까 싶다. 어차피 잘 모르겠지만... (혼인식 때 당사자 둘이야말로 다른 것에 신경을 두지 못할만큼 제일 정신 없이 바쁜 주인공들이니까 말이다.) 그답게 혼인식도 유쾌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난 진환이의 그 여유있는 자신감이 참 좋다.

일요일은 예배와 식사 등등,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흘러갔다. 꿈같이 친구들과 함께 한 주말이 이렇게 지나갔다. 다들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에서 한껏 웃으며 한 주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