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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의 사회와 어머니의 기도로 시작된 예배는 생전의 할아버지 모습을 각자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꽃을 피웠다. 각자는 각자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와 관련된 기억을 하나씩 소개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신실하신 장로교인이었으며 진짜 장로(長老)라는 표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올곧게 사셨다. 서예에도 능하셨고, 나중에는 돋보기 안경을 쓰신 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손자에게 전자 우편도 보내실 줄 아시는 분이셨다. 비록 낙상(落傷) 이후에 할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게 되었고, 결국 병상에서 2년여를 보내시면서 고생을 하셨다. 할아버지의 병환은 삶과 죽음, 혹은 신앙과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 외가 가족들은 모두 흩어져 있다. 외삼촌 가족은 과테말라에, 그리고 그 중에서 종석이는 미국에, 아버지는 카자흐스탄에, 이모부는 루마니아에 계신다. 외가 친척이 모두 함께 모였던 것은 내가 고등학생일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0년을 전후해서 우리 외가 친척은 그야말로 황금기를 구가했었지. 우리는 매달 꼭 한번씩은 모여서 신나게 놀았다. 닌텐도, 보드게임, 고스톱, 그 모든 것들에는 우리 친척들과의 추억이 아련하게 섞여 들어가 있다. 이런 뜻깊은 날에 그 모든 가족들이 다 모여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도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유교 제사 문화에는 이러한 강제적인 '친척 소환'의 성격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외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반드시 천당에 가 계신다고 굳게 믿고 계신다. 나 또한 그것을 믿는다. 부디 우리 할아버지께서 평안히 영원한 안식을 누르시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