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신일교회에서 같이 신앙 생활을 하던 종한이와 CGV 일번가 근처 샤브샤브 음식점인 채선당에서 함께 했다. 갑작스런 점심 제안에 '얘가 급 결혼하는 건가?'라고 잠깐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고 다만 유럽 여행 이후에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 느끼는 감상 때문에 그것을 나누고자 점심을 제안했던 것이었다.

그는 유럽의 역사를 관통하는 기독교 역사, 그리고 그 결과 유럽 사람들의 생활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기독교 문화를 여행으로나마 접해보면서 장로교와는 다른 천주교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니 도무지 기독교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 것이 도대체 없는 것 같다는 지독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개신교인이었기에 이러한 감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영국 런던에서 선교 활동을 하면서 그러한 '다른 교단'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성공회에서 신앙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성공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다보니 교회사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아직 '동서 교회 분열의 역사' 수정이 완료되지 않아서 종한이에게 완성본을 전달해줄 수는 없었지만, 다음에 수정본이 나오거든 꼭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종한이는 교리와 역사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나는 그러한 갈증이 (기성 세대는 희망이 없으니) 젊은 세대만이라도 좀 널리널리 퍼졌으면 하는 소망을 빌었다.

종한이는 내가 신학적인 이야기를 신학생이 아닌 우리 또래 친구들 치고는 비교적 많이 알고 있다며 부러워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더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와 관련된 것은 나도 평생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알아가야 할 주제이다. 다만 내가 한 가지 해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님에 의해 한정 지어졌던 내 신앙 생활의 경계를 스스로 부수고 내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내 신앙 활동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생각해보면 내 생활, 내 사상, 내 철학, 내 신학, 내 교회 아닌가. 종한이도 종한이 자신의 생각에 맞는 신앙 활동을 통해 참된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