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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산 대상은 발간일로부터 12월까지, 그러니까 2023년 하반기 판매분이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읽자마자 과학의 역사가 보이는 원소 어원 사전』은 중쇄하여 현재 2쇄가 시장에 나와 있는데, 각 쇄(刷)마다 몇 부가 제작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이번 정산서를 받아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기껏해야 500~1,000부 정도 찍었겠거니 싶었는데, 알고보니 1쇄는 1,700부였고 2쇄는 2,000부였다. 아니 출판사 담당자 분이 너무 제작부수를 너무 많이 잡으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어쨌든 1쇄 제작분이 다 판매되어 중쇄를 찍었다고 하니 뭐 할 말은 없긴 하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그 수량만큼 찍어서 판매하는 POD (print on demand) 방식이 아닌 이상, 서점들은 출판사로부터 실제 판매되는 숫자보다 조금 많은 숫자의 책을 비치 혹은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인기가 많은 책이라면 서점 내에 재고를 꽤 가지고 있어야 당일 혹여라도 몰릴 손님들에게 팔고 수익을 거둘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따라서 실제 책의 판매부수(A)는 출판사로부터 서점으로 출고된 책의 부수(B)보다 항상 낮을 수밖에 없다 (A<B). 그런데 이 관계는 동일하게 출판사에게도 적용된다. 출판사는 인쇄사에 의뢰하여 책을 발행해야 하는데, 이 발행된 부수(C)는 항상 서점으로 출고할 책의 부수(B)보다는 많아야(B<C) 서점의 수요에 맞춰 책을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무슨 출판업도 일반 화공회사같은 제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도 일종의 제품이고 이것을 판매할 소매상에게 공급하는 재고를 잘 관리하는 것도 출판사 경영의 큰 부분이리라.)
아무튼 출판사가 저자와 계약할 때 인세를 제공하는 방식은 A, B, C 중에 한 숫자를 잡고 거기에 계약된 비율(r₁)을 곱해서 제공하는 것일 테다. 이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판매부수 A에다가 인세율을 곱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시장에서 제품이 팔린 갯수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POD라면 모를까, 인쇄와 복잡한 유통 과정 끝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책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실제로 몇 부가 팔렸는지 정확히 집계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요즘은 온라인 서점도 많아지고 동네 서점이 많이 사라지다보니 전보다야 추정하는 것이 쉬워졌을 것 같지만, 그래도 추정은 추정이지 실제 값은 아니다. 그래서 주로 출판사들은 출고부수 B를 기준으로 삼아 A를 추정한다 (A=B×p). 오랜 기간 책을 팔아 본 경험이 있는 서점들이 덮어놓고 악성 재고를 짊어질 바보가 아니기에 B가 A보다 어이없이 높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온라인으로만 구매 가능한 전자책(e-book)의 경우, 판매 부수(D)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게다가 인쇄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정가도 낮고, 인쇄 및 유통 비용이 사라지니 거기에 매겨지는 인세 비율(r₂)은 종이책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저자에게 지급되는 콘텐츠 제공 대가, 곧 인세는 A×r₁+D×r₂=B×p×r₁+D×r₂로 정해지며, 인세는 계약된 시점마다 반복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사업소득'으로 분류되어 3.3%의 세금이 원천징수된 뒤에 지급된다.
그렇게 해서 통장에 인세가 입금된 것을 보니, 정말 내가 책을 출판했고, 이 책이 정말 누군가에게 팔렸구나 실감이 났다. 인세 수입을 바라고 책을 쓴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실질적인 어떤 수입이 된다는 것 자체가 실로 놀랍다. 이전에 자비로 출판한 책에 대한 POD 판매 수입을 받아봤을 때보다도 더 신기한 경험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아무튼 다시 한 번 이런 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보누스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
연구원에 이미 타업행위 신청을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인세가 덜컥 이렇게 들어와놓고 보니 이렇게 정기적으로 들어 올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인사경영팀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이것 참 행정팀에 여러 '첫 사례'를 자꾸 만들게 하다보니 민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