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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몸소 영접한 뒤에 얀센(Janssen) 백신까지 접종해서 '수퍼맨' 소리를 듣는 나로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게 더 좋다고 주변에 얘기하곤 하지만, 실제로 백신으로 크게 고생한 사람, 유명을 달리한 사람의 이야기가 주변에서 들려오는 것을 보면 이것은 기우(杞憂)가 아닌 실존하는 공포라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사람들 사이에 만연한 이 감정을 헤아려보노라니 문득 13년전의 광화문 앞이 떠올랐다. 때는 2008년 여름, 광화문 앞에는 컨테이너 박스 바리케이트가 놓여있었고 사람들은 이를 '명박산성'이라고 부르며 조롱하고 있었다. 거기 모인 수많은 인파들은 '검역주권'이라는, 과거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신조어를 부르짖으며 미국산 쇠고기가 초래할 광우병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 터무니없는 행렬에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참여할지 말지 가부(可否)를 묻는 투표가 학내에서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학부생이었던 나는 당연히 학우 다수가 거부를 할 줄 알았건만 이게 왠걸, 막상 결과를 확인해보니 압도적인 표 차이로 참여가 결정되어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생각이 짧은) 어떤 연예인이 나서서 '청산가리'를 운운하지를 않나,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미친소'라고 외치질 않나, 모든 이슈가 죄없는 아메리카의 육우(肉牛)들에게 쏠려있었다. 그해 6월의 어느 날, 남아공의 프리토리아(Pretoria)에서 스카이프 영상 통화를 하던 아버지는 나라 걱정을 늘어놓으시더니 '빨갱이가 나라를 전복시키려 한다.'며 오랜만에 그 색깔론을 장황하게 구비구비 펼쳐 보이셨다.
헌데 지금 우리는? 어디서나 미국산 쇠고기를 정말 잘 먹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미네소타에 갔을 때 너무나도 놀랍고도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를 꼽으라면, 큼지막한 쇠고기 스테이크를 비교적 저렴한 값에 집에서 늘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21년을 사는 지금, 누군가가 거리에서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을 운운한다면 다들 그 사람이야말로 뇌가 어떻게 된 사람이라고들 비아냥할 것이 뻔하다. 이처럼 과거에는 (심형래의 졸작 '디워'처럼) 사람들이 목숨 걸고 피튀기며 싸워야했을 법한 대상이 지금 와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예가 종종 있는데, 바로 이 미국산 쇠고기에 얽힌 광우병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즉, 광우병은 소위 '광우뻥'이라는 멸칭과 상통하는, 일종의 과장된 허위에서 비롯된 근거없는 호들갑이었던 것이다. 이것에 비하자면 코로나19 백신에 의한 접종자의 사망 위험성은 각국 정부가 통계를 주시하며 관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약회사와 보건관리자들이 부작용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대로 실존하는 공포의 객관적 요체이다.
그런 측면에서 굳이 가정하여 언급하자면, 해외 토픽에 가끔씩 소개되는 ㅡ 곧,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외치며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미개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13년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광우병 소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실존하는 공포에 (비록 군색하긴 할지언정) 접종을 거부할 자유라는 가치를 결합시켜 거리에 나선 이들에 비하자면, 검증되지 않은 헛소문에 촛불을 들고 나서 뜬금없이 정권 퇴진을 외쳤던 13년전의 한국인들이 더 한심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되돌아보자면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치 의사의 교환과 커뮤니티 중심의 담론 확장이라는 새로운 물결을 처음 경험한 과거 세대의 진중치 못한 행동이었다. 우리는 이를 씁쓸하게 기억하는 게 마땅하다. 백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공포와 갈등 가운데 이 과거가 더욱 씁쓸하게 기억되는 것이 마땅하다.
문제는 그 모든 난장판을 주도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과연 어떻게 직시하고 평가하는가 하는 것이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아마 이들이 자신들의 그 습속을 버리지 못한 채, 어디선가 비과학에 근거한 감성적 선동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을 할 수 있다. 그들이야 그렇다쳐도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니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할텐데 말이다 ㅡ 이를테면, 우리는 국가 채무를 갚기 위해 집안의 금붙이를 무상으로 정부에 기증하는 멍청한 짓을 다시는 하지 않을 테고, 윤지오같은 허무맹랑한 메신저에게 온갖 편의를 봐 주면서 그의 메시지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이 국내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시민 사회가 다시 요동치지는 않을는지 걱정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