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말, 대한민국은 요소수(尿素水) 때문에 다들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요소수는 말 그대로 요소(尿素, urea)를 물에 녹인 수용액인데,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요소는 소변(尿)의 구성 성분(素)이다. 이 요소라는 분자는 유기화학을 배우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분자이기도 한데, 독일의 화학자인 프리드리히 뵐러(Friedrich Wöhler)가 무기물인 사이안산 암모늄(ammonium cyanate)을 가열했을 때 유기물인 요소가 합성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기존의 관념이었던 '유기화합물은 생물학적 활력을 통해서만 합성될 수 있다'는 생각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실험실 크기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요소를 최종 화합물로서 합성할 수 있지만, 산업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식은 암모니아(NH₃)와 이산화탄소(CO₂)를 화합하여 요소[(NH₂)₂CO] 수용액을 만드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야 대기 혹은 다른 공업과정에서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다른 반응물인 암모니아는 어떻게 만드는가? 공업적으로 암모니아는 질소(N₂)와 수소(H₂)를 촉매 하에서 화합시켜 만드는데, 일반적인 반응 조건에서는 굉장히 자발적이지 못한 이 반응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촉매를 연구했던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프리츠 하버(Fritz Haber)와 카를 보슈(Carl Bosch)이다.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이 두 사람이 이끈 연구진의 공로 덕분에 인간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fixation)시킬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인류를 기아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해 준 원동력인 질소 비료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덕택에 지구는 이렇게 늘어난 인간들을 넉넉히 부양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암모니아를 만들 수소는 어떻게 만드는가? 수소는 물에서 만들어지는데,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고, 물이 석탄과 함께 고온에서 가열되는 과정 중에 생성되는 수소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즉, 소위 석탄 가스화(coal gasification)라는,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된 과정을 통해 합성 석탄 가스(syngas)와 함께 일종의 부산물로서 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찰해보자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굉장히 다면적으로 복잡하다. 일단 호주와 중국 사이의 분쟁으로 인한 석탄 수급 문제와 중국의 제품 수출 제한 문제는 당면한 것이다. 난방철을 맞이하여 다른 것을 만들 원료로서 석탄을 쓰기에도 공급이 빠듯한 데다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탄소 정책상, 농업에 필수적인 지력(地力) 상승을 위한 비료 제조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요소를 만드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사치이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은 내년 2월에 모두 종료되고, 동장군(冬將軍) 역시 그 때를 기점으로 저 먼 나라로 퇴각할 것이다. 그 때쯤이면 시장 논리에 따라 중국에서는 당연히 요소수를 만들어 내다팔게 될 것이고, 우리가 지금 처한 요소수 공급 문제 역시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이 해결해 줄' 요소수 문제 해결책에만 천착하다가 근본적인 세 가지 문제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놓칠는지도 모른다:


1) 한일무역분쟁에 여파로 일본제 소재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자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가동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술적 한계만 극복하면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것보다는 조금 품질은 떨어질지는 몰라도 그런대로 어쨌든 저렴하게 국산 소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기술이 전무했던 것도 아닌만큼 가능성은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가 현재 중국산 제품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고 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기술이 없어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ㅡ 우리나라에서 만들면 단순히 너무 비싸기 때문인 것이다. 과연 우리가 요소수 대란 상황에 맞부딪혔다고 해서 "이참에 중국산을 국산으로 대체하자!"라는 애국적 프로파간다를 펼친다해도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이 주장이 씨알이나 먹힐지 나는 모르겠다. 요점만 간추려 정리하자면 이런 개발사업은 인센티브가 없어도 너무 없다. 산업구조와 이익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는 요소수를 국내에서 시급히 개발-판매한다 하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할텐데, 가격 경쟁력 때문에 10년 전에 이미 접은 사업을 다시 흥기(興起)시킬 가능성이라는 게 있는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2) 석탄 가스화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근간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한 뒤 물에 녹여 요소수를 만드는 현재 공정은 탄소 중립을 밀어붙이는 현재 환경 정책을 완전히 거스른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요소를 생산하기 위해 그 많은 양의 석탄을 100% 이산화탄소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이는 현재 수소 산업이 전반적으로 공격받는 가장 큰 이유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즉, 친환경적인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화석 연료를 실컷 태워야한다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수많은 미세먼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근본적인 친환경 수소 생산 공정의 개발 및 혁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3) 디젤 기반의 운송수단을 어떻게 친환경적인 것들로 전환시키는가 하는 것 역시 이제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미세먼지 오염원이라는 오명에 더해 '한낱 보충액의 수급이 안 맞으면 올스톱되는 운송수단'이라는 악평까지 덧씌워진 디젤 차량이 과연 우리 미래 사회에 적합한 운송 수단인 것일까? 탄소 중립을 강조하는 시대에 접어든 이상 이런 일이 다시는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 현재의 운송 및 유통 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면서 대한민국에 최적화된 모델은 무엇일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