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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격리병실을 쓰던 40대 환자 A씨의 아내분은 다른 병실에 격리되어 계셨던 모양인데, 며칠 지나서는 격리된 직후와는 사뭇 다르게 부부사이가 확 틀어져 버린 듯 했다. 코로나 상황의 처리를 두고 부부간 이견이 있었던 듯한데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작지만 높은 피치의 음성이 민망하게 병실 안에 퍼지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 음악을 틀어야만 했다. A씨는 격리 직후 고열과 무기력함에 시달렸고 폐렴이 확인된데다가 혈액 내 염증수치가 정상인의 3배에 달하는 등, 가족 중 가장 심한 증상이 발현되었는데 아내는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일을 문제삼는 듯 보였다. 그날 이후부터는 부부간 전화는 없어졌고, A씨는 작은딸을 보살피고 계신 부모님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식을 전해 듣게 되셨다. '여보'가 '누구 엄마'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격리병실을 함께 쓴 다른 50대 환자분 B씨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나고 말았다. 직장 동료분도 같은 의료원 다른 병실에 격리되었던 모양인데, 그는 B씨 때문에 코로나19가 전염되었다고 철썩같이 믿었으며, 고열과 폐렴 증상으로 초반부에 고생하셨던 B씨의 증상보다 더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모양이었다. 직장 동료분은 안부를 묻는 B씨의 전화를 일절 거절하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고, 음성 판정이 나와 회사에 출근하던 B씨의 다른 동료들은 연달아 B씨에게 전화를 하며 상황을 물었는데... B씨는 거듭하여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며 오히려 동료들을 설득해야 했고, 이를 미덥지 않게 여기는 수화기 너머의 동료들은 성에 안 찬다는 듯 고성을 내었다. 역시나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유튜브 음악을 틀어야만 했다.
코로나19가 신체적 질병이라고 하기보다는 사회관계 질병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격리병실에 있는 동안 확실하게 굳어졌다. 제 아무리 자기 상태가 걱정이 되고 사회적 공포가 휘몰아친다고 하지만, 정작 제일 아프고 고생하는 사람은 병실에 격리되어 남겨진 사람들인데 이렇게 병자의 '존재'가 간단히 말살될 수 있는지 참으로 놀라웠다. 사람이 황망한 상황에 처하면 그럴 수 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심지어 아내라는 사람이 폐렴을 앓는 남편의 상황을 걱정하기보다는 다른 상황을 두고 분을 발하고 있었으니, 아내에게서조차 망실(亡失)된 환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운 빠지고 힘들었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 수능과 관련된 뉴스가 TV에서 방송되던 때, A씨는 B씨의 딸이 내일 시험을 치게 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신 듯 했다. 딸을 가진 아버지의 심정이 서로 동기화된 듯, 두 분은 미혼인 나를 두고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셨다. 두 분은 그저 딸을 키우는 것 하나만 보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 아니겠냐며 씁쓸하게 웃으시는데 참...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진지하게 결혼을 잘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는 이 기혼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두 어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폐렴보다는 인간적 상처가 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기에 더해 '결혼한들 무슨 소용이랴.' 하는 따분한 진실에 대한 재확인과 함께 말이다.
나 또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인간적 상처'에 대한 것을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코로나19 증세로 겪었던 인후통(咽喉痛)과 미열(微熱)보다는 그게 더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는 것을, 퇴원이 가까워져 증상이 아닌 다른 것에 신경을 돌리게 될 때에야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황당한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그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감염조차 되지 않은 자신에 대한 안위가 걱정되어 하는 연락들이었다. 공포에 질려 자기도 무슨 말을 했을는지는 기억조차 안 나겠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굉장히 불편한 경험으로 남게 되었다. 물론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일 뿐이기에, 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슴 한편이 아려오긴 한다. 코로나19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때를 통해 이런 것도 알게 되는구나 싶었다. 사실 "네 친구들 중에 진짜 친구가 얼마나 있는지 시험해보자"라며 죽은 돼지를 거적에 말아 지게에 짊어지게 했다는 그 옛 이야기가 떠오르기까지 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