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9월부터 서울대학교에 연수연구원, 즉 포닥으로 임용되어 진정한 '임금'을 받기 시작한지 넉달이 지나 모든 직장인들이 피할 수 없다고 하는 연말정산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 자신의 연말정산은 처음 해 보는 것이라서 학교 연구행정실에서 보내 온 메일에 첨부된 매뉴얼 파일을 따라 학교 연구행정 서비스 사이트에서 이것저것 버튼을 시키는 대로 따라 눌러 보며 그간 원천 징수된 세금이 얼마인지 확인했고, 과거에 아버지를 도와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http://www.hometax.go.kr)의 연말정산 간소화 사이트를 이용해본 경험을 되살려 9월부터 12월까지의 카드, 의료비, 기부금 등의 지출 내역들을 전자문서로 다운로드받았다.


그리고 지난주에 교회에 문의하여 받은 기부금 영수증에 따라 기부금 항목에서 누락된 헌금 ― 종교단체 지정기부금에 포함되어 있다. ― 항목을 행정 사이트에 입력하였다. 그런데 교회 헌금이나 CMS 자동이체 기부금의 영수증에 적힌 기간들이 모두 2015.1.1 ~ 2015.12.31 이길래 내가 근로한 기간은 9월부터인지라 혹시 잘못 적혀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허위신고를 하게 되는 것으로 오해받지는 않을까 궁금해서 국세청 콜센터 세미래(국번없이 126)에 전화해보니 일반 지출과는 달리 기부금은 근로 기간에 상관 없이 공제 대상이라고 하며 5년까지 이월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안심하고 기부금 내역을 입력할 수 있었다. (기부금 내역을 뽑아보니 지난 넉달간 사용한 신용카드 지출보다 더 많았다.)


모든 확인을 끝마친뒤, 최종 근로소득원친징수영수증을 출력했다. 그랬더니 첫 페이지에 찍히는 마이너스(-) 부호! 이것은 세금을 환급받는다는 의미이다. 물론 연수연구원 인건비가 그리 많지 않아 애초에 넉달간 낸 세금도 적었고 그에 비해 지출은 적절한 편이니 쥐꼬리만큼 낸 세금을 어쨌든 다 돌려받게 된 것이다. 국민의 의무인 납세를 안 한거나 다름 없게 되는 거 같아서 약간 민망하기도 한데 당장 약소하지만 통장에 돈이 조금 들어온다니 비록 조삼모사(朝三暮四)여도 기분은 조금 좋아졌다. 이것을 13월의 월급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13월의 용돈같은 것이다.


아무튼 아직은 본격적으로 근로하는 직장인이 아니므로 경험삼아 연말정산을 처음 해봤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여러 항목과 복잡한 세법 계산들을 훑어보니, 뭐니뭐니해도 내가 처한 상황에서 정부에서 정한만큼 정확한 금액을 납세하는 것이 제일원칙이며, 또 이것을 위해 정확한 금액을 신고하는 것이 도리이자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지난 11년동안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기반으로 한 기관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생이자 연구원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나는 국가의 혜택을 그 누구보다도 엄청나게 많이 받았던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러니 성실하게 돈을 벌고, 성실하게 지출하고, 그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그리고 거짓 없이 정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정산이 준 오늘의 교훈!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