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동안 트윈 시티 지역을 포함한 미네소타 남부에 많은 눈이 내렸다. 오늘 기사를 확인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미니애폴리스는 대략 9.5 인치의 적설량을 기록했다는데 이것을 cm 단위로 바꾸면 약 24.1 cm 가 된다. 강원 영동 지방이나 울릉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눈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평생을 수도권 지역에서 살아온 내게 이번 폭설은 재앙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미네소타에 2011년 이후로 가장 눈이 많이 내린 것이었고 이로 인해 12 인치 이상의 눈이 쌓인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국제 공항은 하루동안 폐쇄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눈과 얼음을 치우는 데 특화된 미네소타 공무원들과 주민들의 협조 덕분인지 모든 대중교통은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었고 몇몇 부분을 빼면 도로위의 눈도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치워져 있었다. 물론 방한 부츠를 신고 다닌 만큼 정강이까지 쌓인 눈밭을 뚫고 지나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미국에 와서 겨울 폭풍이라는 존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들의 위세가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겨울 폭풍이 뿌리는 눈은 상상초월인데, 태풍이 하늘에서 샤워기를 틀어놓은 것마냥 물을 뿌려대는 거라면 겨울 폭풍은 샤워기를 틀어놓은 것마냥 눈을 뿌려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찌나 눈이 쏟아지던지 시계를 방해하는 눈발 때문에 어제는 이른 오후부터 하늘이 침침했고, 밤이 되면 좀 잦아지겠지 싶었는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도 눈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그야말로 눈 왕국이 되어 있었다.


살면서 눈이 순간적으로 많이 내린 적도 있었고, 눈이 오랫동안 내린 적도 분명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오랫동안 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진정 기록적인 폭설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