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부모님께서는 교회에 다녀오신 뒤 낮잠을 주무셨다. 어렸을 때 낮잠을 죄악처럼 여겨왔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루틴이었지만, 예배 시간에 그렇게 미친 듯이 졸립다가도 집에 돌아오면 쌩쌩해졌던 나는 컴퓨터 게임을 하든, 공부를 하든 아무튼 잠을 자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부모님의 행동 양식에 격한 공감을 보내며 나도 몸소 이를 실천하고 있다. 정읍교회에서 감사성찬례를 드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정말 가끔 졸음으로 인해 매우 고통스러운데, 그런 날은 여지없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벋고 손발을 씻은 뒤 바로 침대로 향한다. 그리고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반 정도까지 잔다. 이것이 일종의 루틴이 되어 요즘 정읍교회를 출석하는 일요일마다 이런 낮잠을 '즐긴다'. 특별히 오늘은 1시간 넘게 잤는데, 어제 순창(淳昌)에 있는 용궐산(龍闕山) 정상에 올랐더니 밀린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았던 탓이었나보다.


일단 인식의 변화 탓이 크다. 예전엔 낮잠을 자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잠 시간이 귀하다보니 이렇게라도 미리 주말에 보충하는 것이 주중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과거보다 체육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요즘은 아주 필수적이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나이듦 때문이리라. 물론 서른 여덟인 지금 내 체력은 스물 여덟이나 열 여덟 때의 내 체력보다 훨씬 좋다. 그러나 그 '체력 검정'으로 확인되기 힘든 척도 ㅡ 언제까지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나,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가 ㅡ 면에서는 과거보다 후퇴한 것이 사실임을 알고 있으니 이는 어쩔 수 없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