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기 전에 취미삼아(?) 힌디어(हिन्दी)를 표기하는 데 쓰는 데바나가리(देवनागरी) 문자를 몇 번 반복해서 보다보니, 이제는 데바나가리 문자로 쓰인 힌디어 단어를 더듬거리는 수준으로라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다음주 인도 출장지 중 하나인 Nainital(नैनीताल)은 로마자로는 마치 [나이니탈]로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 발음은 [네니딸]에 가깝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힌디어에서 ai로 전자(轉字)되는 모음은 이중모음(diphthong)이 아닌 장음(long vowel)에 가깝기 때문에.


국제음성기호인 IPA에 어느 정도 친숙하다보니 힌디어 자음들이 지시하는 발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힌디어 자음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표로 정리하면 연구개음/경구개음/권설음/치음/양순음 순서로 각각 무성무기음/무성유기음/유성무기음/유성유기음/비음이 나란히 배열되어 서로 음운이 대조되도록 한 것이 무척 놀라웠다. 유성유기음이 발음할 때마다 영 기식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것 같아 어렵긴 하지만, 우리가 무의식 중에 가끔 내는 발음들이 있다보니 ㅡ 예를 들면 놀랐을 때 '더헉!' ㅡ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발음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더해 접근음과 마찰음, 그리고 산스크리트어 계열이 아닌 페르시아어 및 영어로부터 온 단어의 발음을 위해 점을 찍은 추가 자음들. 처음엔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기이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예전에 코로나19 사태로 군산의료원에 격리되어 있던 시절, 페르시아어 공부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기묘하게도 힌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우르두어(ارذو)를 쓸 때에는 페르시아 문자를 쓴다. 예를 들어 인도인들이 인도를 Bharat [바랏]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힌디어로는 भारत이라 쓰고 우르두어로 بھارت 라고 쓴다고 하는데, 각각 bh, ā, r, t 에 해당하는 문자들이 모여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힌디어를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페르시아 문자를 쓸 줄 알면 우르두어를 익히기에도 용이하다는 뜻!


생각해보면 연구원에 인도에서 온 박사후연구원들이 정말 많다. 가끔씩 하나하나 물어보며 몇 가지 익혀두면 꽤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언어와 문자는 배우면 배울수록 참 재미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