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몰아서 자는 잠]
Date 2009.12.20


대학원 들어와서 바뀐 것 중의 하나는 토요일에 일찍 잔다는 것, 그리고 전보다 훨씬 오래 잔다는 것이다. 요즘 토요일에 12시간 이상 자는 일이 다반사이다. 예전같으면 토요일이랍시고 쉬기는 커녕 더 놀기에 바빴을텐데.

주중에 적립해 둔 피로를 토요일 밤에 다 푸는 격이다. 문제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너무 오래 자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하루 내내 피곤하다'는 증상이 주일에 으레 나타난다는 것. 어제는 곶감 세 개를 먹고 잤는데 자는 내내 열이 펄펄 나더니 급기야 영하의 바깥 온도에도 불구하고 옷을 벗어젖히고 자고 있었던 나를 발견한 게 오늘 아침 7시. 아침에 일어나는 데 너무 힘겨웠다. 아버지께서 아침부터 라면을 끓여 드시고 있었는데 씻지도 않고 눈은 반쯤 뜬 채 먹는 라면 맛은 송구스럽게도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주말이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로 자정 이후부터 잔 날이 자정 이전부터 잔 날보다 더 많을 것이다. 건강 섹션의 기사나 인터넷 블로그 글에 따르면 사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 키가 크기 위해서 ㅡ 혹은 정력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꼭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데, 나는 이미 글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시대를 사는 모든 1318의 끝자락부터 청년시절까지 밤 10시부터 이미 꿈을 꾸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벽 2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나 밤 10시에 자서 새벽 3시에 일어나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나 5시간 자는 것은 같은 일이지만 우리는 전자를 택할 수 밖에 없다. 후자는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과는 영 어색한 것이니까. (마치 열 여섯 스물의 연인은 스물 스물 넷의 연인보다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지난 주는 뭔가 정신 없이 지나갔으나 실상 별로 한 일이 없는 그런 주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다음 주에 만발할 것을 기대하고 잔뜩 움츠렸던 한 주라고 생각해야지. 사실 많이 움츠렸다. 너무 추워서. 옷을 다섯 겹 껴입고 내복을 다시 애용하기 시작한 계기를 만든 기록적인 한파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