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너무 비싸져 버린 펌]
Date 2010.12.12


어제 이른 저녁에 안양으로 돌아와서 벼르고 별렀던 머리를 했다. (여기서 머리를 했다는 표현은 매직 펌을 했단 뜻이다.) 주인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남자 미용사가 나를 두리번 두리번 살피더니 이내 스타일 북을 건넨다. 아이고, 저는 이런 것을 봐도 잘 몰라요, 그냥 매직 펌만 해 주시면 되요. 예전부터 다닌 분이냐고 묻기에 정기적으로 여기서 한다고까지 이야기 해 주었다.

대뜸 저번에 매직 펌은 얼마에 했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나는 8만원이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시술 준비를 시작했다. 나도 가운을 입고 자리에 앉았다. 이 새로운 미용사는 내가 GQ를 즐겨보는 줄도 잘 모르는 '갓 들어온 사원'이었는지라 자리에 앉아 있던 내게 스포츠서울 그 커다란 신문을 가져다 주었다. 대개 펌 약품을 바르고 열처리를 약 15분간 하는데 신문은 접어두고 심심히 앉아 있던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필요하신 게 없냐고 묻는다. 나는 책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미용사가 내게 Esquire를 주었다. 아, 나는 GQ의 신랄한 글맛이 별로 나지 않을 것 같아 미리부터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다른 여자 미용사가 열심히 열기구로 내 머리를 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에는 뭐 하세요? 음, 차마 지금까지 교회와 함께 했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자기도 멋쩍어 하면서 곧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 같으니 친구들이랑 놀러갈까 생각하고 있단다. 그래,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다음에 머리 깎으러 올 때에는 이미 헤어져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말은 많이 할 수가 없었다. 휴대폰으로 최근에 새로 나온 논문들을 찾으면서 저거는 집에 가서 읽어봐야겠다 하는 것들에 일일이 별표를 달았다. 벌써 2시간이 후딱 지나갔고 매직 펌은 끝났다.

예전에 다른 미용실에서 할 때에는 매직 펌 하는 데 최소 3시간 반이 걸렸는데 이곳은 2시간이면 끝난다. 물론 예전에 하던 데보다는 좀 쫙쫙 펴진 기분은 아니고 그리고 금새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거기는 여기보다 50% 정도 더 비싼 가격. 그곳 매직 펌 가격이 6자리가 되는 순간부터 그곳을 다니지 않았다.

그런데 매직 펌을 끝나고 주인 아주머니가 겸연쩍게 웃으며 하시는 말씀: "고객님, 이제 펌 가격이 10만원이 되었어요."

머리가 갑자기 하얘졌다. 물론 이번에는 미리 협상된 가격인 8만원에 펌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인도 내가 단골인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쉽사리 갓 온 고객한테 '10만원으로 올랐어요'라고 먼저 고지할 수는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펌을 하는데 10만원이라니.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미용실 문을 나서는 데 갑자기 한숨이 푹 나오면서 괜히 서러워졌다. 세상에, 나는 석달에 한번씩은 해 왔는데 이제 1년에 머리하는데 최소 5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망조란 말인가.

처음에 내가 동네 미용실에서 매직 펌을 했을 때 35,000원이었다. 몇 번 거기서 하다가 내 머리를 파뿌리처럼 상하게 하는 것을 몇 번 경험하고 나는 일번가로 나가 머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갔던 곳이 아까 말한 그 비싼 곳이었고 ㅡ 아마 거기는 지금쯤 남자 펌에 16만원을 요구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ㅡ 거기를 피해 온 곳이 지금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니 또 한번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들이 묻겠지. 아니 그렇게 비싸게 돈 주고 할 바에야 펌 하지 말고 그냥 지내면 어떻냐고.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매직 펌으로 벌어들인 무형의 소득이 워낙 커서 이걸 멈출 수 가 없단 말이다!

미용사들은 펌 약품 비용과 기계 유지비, 인건비를 세밀히 측정하여 원가를 제시하고 그에 합당한 정가를 매겨라!! 도대체 머리하는 데 10만원이라니 너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ㅠㅠ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