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요즘 일이 잘 안 풀린다. 지난 10월부터 오늘까지 총 3번의 바깥 나들이(훈련소, MRS, 학교 출장)가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해지다보니 결과적으로 약 4달을 허공에 날려버린 격이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그래핀 Perforation 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내면 바로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요즘 이 현상을 제대로 관찰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고민이다. 이미 국문으로 다 써놓은 decoration 논문은 대체 어찌하시려고 아직까지 붙잡아두시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게 늘 마음에 걸린다. 생각해보니 다음달 말에 IRTG 미팅이 있는지라 1주 또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야한다. 걱정만 앞선다.


확실히 활력을 잃었다. 뭔가 더 열심히 예전처럼 하면 많은 결과들을 쏟아낼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의욕이 다소 떨어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정말 인정받는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그냥 수많은 박사들 중에 한 명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요즘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대학원 시절 지난 4년동안 단 한 번도 품어보지 않았던 그런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들이 다 든다. 도대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나.


그냥 마음만 바쁘다. 걸어가야 할 발은 묶여 있는데 결승점은 자꾸 저 뒤로 후퇴하는 것 같아 보인다. 잠시 멈춰서서 이전의 나를 좀 돌아봐야겠다. 연중 하루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덧없이 흘러가도 괜찮은 며칠을 내게 좀 허락해줬으면 좋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