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국적기 대형 참사는 1997년 괌에서 있었던 사고이다. 당시 방학을 맞아 부산의 외할아버지댁에 있었는데 하루 종일 TV에서 비행기 사고 이야기만 했던 것이 기억난다.


사고라는 것은 단순히 한 가지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런 흔치 않은 참사일수록 여러 '될 만한' 이유들이 '어이 없이' 그리고 '재수 없게' 겹치게 되니 일어나는 것일 테다.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사고들이 그렇다 ㅡ 실험실에서 작은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지만 참사로 번지는 경우는 무척 드문데, 큰 사고가 일어난 경우 이를 복기하다보면 항상 '하필이면', '재수 없게도', '마침 그 때' 이런 말들이 반복해서 등장하게 된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항공 일정, 정비, 버드 스트라이크, 랜딩기어 문제, 동체 착륙, 공항의 위치, 구조 등등 좀 더 직접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다 참혹한 인명 피해의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하필이면 그런 일들이 재수 없게도 마침 그 때에 겹쳐 불거졌음을 인지하지 않고서는 불필요한 논쟁과 책임 떠넘기기만 난무할 것이다 ㅡ 그리고 그것은 사고를 직시하는 자세가 아니라 사고를 이용하는 나쁜 행태이다. 산 자들은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2024년은 끝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영원한 인식과 명복을 빌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