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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 시흥 부모님 댁에서 익산 집으로 내려오자마자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여객기 참사로 인해 선포된 국가애도기간이기도 했으니, 화려한 것은 전부 제거한, 전형적인 20세기 남성 한복 스타일로 정했다. 바지는 리슬에서 산 사폭 바지를 입었고, 모시 적삼 위에 미색(微色) 저고리와 남색 조끼와 마고자, 그리고 남흑색의 두루마기를 입었다. 고름이 자꾸 풀릴까봐 옷핀 두 개로 고정을 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개화기 이후에는 남자들이 두루마기 한복을 입어도 중절모에 구두를 착용하곤 했다고 하니, 이번에는 흑혜(黑鞋) 대신 흑색 구두를 신어 보았다.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가끔 대축일(大祝日)에 한복을 입고 교회에서 성찬례를 드린 적이 있고, 한 해에 한 두번은 연구원에 한복을 입고 출근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연구원 공식 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나선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굳이 한복을 입고 시상대에 오른 이유는... 사실 경사스런 일을 한복 입고 맞이하는 것이 내 개인적인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시상대로 올라가는 도중 청중 쪽에서 웅성거림이 있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상패를 전달하는 분원장님도 적잖이 놀라워하셨다. 그래도 뭐, 한국 사람으로서 한복에 대해 악평이나 부정적인 표현을 딱히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이 '소소한 의복 반란'이 큰 파국을 불러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 올라 온 시상 촬영 사진을 보니 과히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어깨가 으쓱여졌다. (공식 촬영 사진이 올라오면 아마 홈페이지에도 업로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강당 앞 무대에는 수상을 위해 단 한 번만 나올 줄로만 알았는데... 새해 소망 메모를 뽑는 이벤트에 당첨되는 바람에 한 번 더 나오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지라 무척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해 소망 메모에 적은 바람 세 가지 중 앞의 둘은 지지난 주에 점심 먹고 나오는 도중 짐랫 박사의 강권(?)에 의해 적은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이 내용을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읊는데 무척 당혹스러우면서도 민망했다. 이렇게 공언된 바에야 결국 목표를 이루는 게 답이겠구나 싶었다.
아무튼 새로운 도전이 많은 2025년도 이렇게 힘차게 시작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