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왜 몽골에서 한국을 Солонгос [설렁거스] 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너무 명쾌하게 잘 설명된 논문을 찾았다 (강준영, 류병재. 몽골학. 2023, 72, 117.) 흔히 솔롱고스(солонгос)를 '무지개'를 의미하는 솔롱고(солонго)에서 온 말로 '무지개의 나라' 뜻으로 좋게 해석하여 인식하고 있지만, 본고는 국명의 어원이 무지개와는 무관함을 지적하고 있다. 고찰에 따르면,


- 몽골에서 당시 고려(高麗)를 부르던 명칭은 '솔롱고스' 계열과 '카울레' 계열이 있는데, 고려만을 가리키는 단어임이 확실한 후자와는 달리 전자의 표현은 각종 문헌을 살펴보면 고려만을 가리키는 게 아님이 드러난다.


- 그 용례를 살펴 보면, 몽골에 적대적이었던 부족 및 세력을 뭉뚱그려 '왼쪽' 혹은 '바르지 못한'의 어근인 '솔-'을 포함한 '솔롱고스' 계열의 이름으로 부르는데, 고려-몽골 전쟁이 있던 시기부터 고려는 몽골의 '솔롱고스'가 된 것이었다.


- 몽골이 명나라에 패퇴하여 막북(漠北)으로 쫓겨난 이후 몽골의 '솔롱고스' 계열이 가리키는 세력은 몽골 내의 적대 부족으로 축소되었다가 청(清)나라가 발흥하면서 다시 한반도 지역 세력이 몽골 사람들의 '솔롱고스'가 되었다.


- 이러한 변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후대 몽골 사람들은 '솔롱고스' 계열의 명칭이 항상 고려나 조선을 지칭하고 있었다고 착각하였고, 그 명칭이 지금의 대한민국에까지 내려온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중국인들이 한반도 세력을 동이(東夷)라고 부르거나 일본인들이 태평양을 통해 접근한 유럽 사람들을 남만(南灣)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접근법의 비칭(卑稱)이 몽골인들의 солонгос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원이 이렇다고 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거나 고쳐야한다는 주장은 딱히 설득력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과거 '오랑캐의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를 가진 단어가 현재 '무지개의 나라'로 왜곡되어(?) 해석되는 극적인 변화를 미래 한-몽 관계의 발전과 견주어 이해하는 것이 한국인과 몽골인들에게 더 바람직할 것이니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