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무시무시한 보이스 피싱]
Date 2009.02.25


오늘 이공계대학원장학금 관련해서 대전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다급히 전화가 왔다. 별 일 없이 무사하느냐는 것이다. 왠 뚱딴지같은 말씀? 지금 막 끝나서 핸드폰 켜고 대전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완전히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앓는 소리를 하시는 게 아닌가?

이유를 알고보니, 내가 전화받기 직전에 집에 전화가 왔더란다. 그런데 성수 어머니냐고 묻더니 애가 사고를 당해 큰일이 났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윽고 애를 바꿔주겠다고 하더니 집단 린치를 가하는 것 같은 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고 한다.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그 전화는 동생에게 넘기고 바로 휴대폰으로 내게 전화를 하셨던 것. 안 그래도 내가 다른 곳으로 간 사이에 이런 전화가 왔으니 걱정하실 법도 하지.

나는 올 때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도 못한 채 안양으로 올라왔다. 아니, 우리 집 전화번호만 아는 게 아니라 내 이름도 알고 있어? 경찰에 문의해 보니 이건 극악한 보이스 피싱(Voice Fishing)의 한 종류로 이런 식으로 수신자에게 공포를 잔뜩 심어준 뒤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안 그래도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실 때 전화를 건 쪽의 분위기가 영 별로 좋지 못하다고 했는데, 사실 송신자가 께름칙해서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100% 보이스 피싱이라고 해도 좋다.

지난 해, 나는 집에서 수많은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았다. 쓰지도 않은 카드가 연체되었다는 둥, 토요일인데 우체국에서 반송된 물품이 있으니 개인 정보를 입력하라는 둥. 그런데 이런 보이스 피싱은 처음이다. 게다가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내 이름을 고래고래 불러가며 두어명이 한 사람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거기서는 비명 소리가 새어나왔단다. 사고를 당했다는 사람이 갑자기 집단 린치를 받고 있는데 그걸 전화로 화급히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투성이에 엉성한 3류 연기임에 분명하지만 당황한 수신자가 그런 것들을 논리적으로 순식간에 얼개를 짜맞추기란 쉽지가 않은 일.

아무튼 오늘은 면접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일찍 올라왔다. 어머니께서 남아공으로 출국하실 날도 열흘 남짓 남았네. 아, 오늘 면접은 잘 봤나. 그놈의 보이스 피싱 때문에 면접이 어떠했다는 따위의 감상이나 기억은 다 날아가 버렸다. 석사 과정동안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장학금 중 하나인데,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면접은 대체로 무난하게 흘러갔는데 ㅡ 사실 옆에 앉은 학생 하나가 학업연구계획서를 잘 못 썼다고 계속 지적받는 바람에 그에 비하면 교수님들은 내게 질문도 많이 하고 그러셨다만 ㅡ 뭔가 제대로 더 이야기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고분자의 self-assembly를 좀 강조할 걸;;) 되면 정말 좋은 것이고, 안 되면 안타까운 거지만, 그래도 주께서 이끄시리.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