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사촌들과 대학로 즐기기]
Date 2009.08.10

그제(8/8) 동생들(친동생 + 사촌동생)을 이끌고 대학로에 갔다. 대학로에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사람, 한 번 가 본 사람, 띄엄띄엄 가 본 사람, 그래도 1년에 최소 한 번씩은 와 본 사람이 이렇게 모여 대학로에 가게 되었다.

살다 온 동네도 너무 다르다. 내 동생은 1년간 남아공에 있다 온 거고, 이종사촌 동생은 루마니아에서 예전에 5년간 지내다 왔으며 (지금은 외대 재학중), 외사촌 동생은 과테말라에서 생활 중이며 이번에 미국대학에 진학한다. 외사촌 동생은 이번에 보면 언제 볼 지 모르는 상태. 앞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일도 잡아서 결혼하고 살텐데 (미국 시민권자) 나중에 미국에 가게 된다면 한 번 보러 가야겠다. 아무튼 이들과 함께 종석이(=외사촌 동생)의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와 동생이 급히 계획한 대학로 코스. 이건 사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긴 하지만 뭐 그래도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게 있다는 걸 알고 보내줘야 할 것 아닌가.

처음에 솟대샤브샤브 ㅡ 맛있는 이 집이 그날 재오픈하는 날인지라 부리나케 달려갔다. ㅡ 에서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맛이 깔끔하고 양이 푸짐한게 매우 좋았다. 특히 끓일수록 우러나오는 해물의 맛 덕분에 샤브샤브 국물 맛이 끝내줬고, 무엇보다도 쇠고기가 맛있었다. 미국산인가? ㅋ

그리고 Room No. 13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일전에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다가 이 연극이 무지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고 언젠가는 봐야지 했는데 이번에 급히 표를 사서 보게 되었다. 자리는 앞자리 맨 오른쪽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소극장이니까 자리에 대한 특별한 기대같은 건 없었다. 물론 예전에 '넌센스'를 봤을 때 맨 앞자리에 앉은 덕분에 배우 분들이랑 직접 춤을 춰 본 적도 있었지만 이건 연극이니까 그런 게 없겠지 하면서... 아무튼 암전이 되고 배우가 나와서 소개를 하는데 벌써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웃고 놀라고 박수 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특히 조지 역을 맡은 그 분, 완전 좋았다-! 물론 그 외의 모든 출연진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정말 재미있었다. 어째 대학로에 와서는 코믹한 연극들밖에 본 게 없긴 하지만 ㅡ 뭐 그래봐야 세 편 뿐이다. ㅡ 그런대로 좋은 것 같다. 다음엔 루나틱이나 라이어를 봐야 할까보다.

그리고나서 애들을 이끌고 천년동안도에 갔다. 토요일에 가기는 처음이었다. 어째 갈때마다 목요일이라서 항상 류복성 할아버지(?)의 공연을 봤던 것 같은데, 오늘은 유명한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씨가 나와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드러머는 팔이 가는데도 열정적으로 드럼을 치고 있었고, 베이시스트는 정말 듬직하고 훈훈하게 생긴 것이 학부의 모 후배를 보는 듯 했다. 피아니스트는 이정식 씨의 딸이라고 했다. 가끔 운이 좋아 듣게 되는 이정식의 'All that jazz' 라디오에서나 그 목소리를 듣다가 이번에야 직접 보게 되었다. 동생들은 재즈 클럽이 처음이라서 이런 분위기를 많이 낯설어했지만, 이내 분위기에 사로잡혀 환상속에 묻힌 듯 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내가 그날 페도라 모자를 쓰고 갔는데, 연주를 하던 이정식 씨가 그 모자를 보더니 멋있다면서 자신이 그걸 직접 쓰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우와. 최고의 뮤지션이 내 모자를 쓰고 연주를 했다. 물론 동생들이 가야할 시간이라서 'Feel so good' 연주 도중에 클럽을 빠져 나오는 실례를 범할 수 밖에 없었으나,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허비 행콕의 'watermelon man' 연주했을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니 시간이 금방 갔다. 05학번이 모여 한바탕 즐겁게 노는 날이 원래 이 날 계획되어 있었지만 사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사실 싸이월드 클럽에 올라왔던 그 내용을 8월 초에야 확인하고 말았다;;) 뭐 돈은 많이 깨졌지만 정말 즐거운, 후회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