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실험실 독일어!]
Date 2009.02.02


지난 주 수요일부터 실험실에 나와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본격적인 연구 활동은 아직 이후의 일이고, 지금 당장은 자리를 지키면서 실험실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잡일(?)은 어떻게 하는지 하나씩 천천히 익히고 있는 중이다. 초반에 장학금 관련 서류를 작성한답시고 무척이나 바쁘긴 했지만, 그것도 어느새 다 끝나고, 지금은 주로 자리에 앉아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다.

왠 독일어? 사실 독일어 교본을 보게 된 것도 참으로 뜻밖의 일이었다. 우리 실험실에는 독일인이 몇 명 와서 함께 연구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시간에 게임이나 다른 쓸데 없는 짓을 하는 것보다는 실험실에서 마땅히 해야할 것들을 따라가는 동시에 독일어를 공부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외국어 배우기를 즐기는 편이고, 원어민도 바로 옆에 있는데다가 ㅡ 이게 가장 컸다. 궁금하면 무조건 물어보면 그만! ㅡ 우리 실험실에는 독일인이 상주하는 편이라 수년간 함께 마주해야 할 독일 사람들이다. 물론 영어를 통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기왕이면 독일어로 하는 게 더 그들에게 친근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지난주에 독일어 교본을 사서 한창 보고 있는 중이다. 내 외국어 공부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성문 기본 영어'와 같은 두꺼운 문법책을 하나 사서 보는 중이다. 독일어는 영어와 매우 비슷하여 단어를 익히거나 표현을 할 때 약간 수월해 보인다. 게다가 에스파냐어를 열심히 익혔던 덕분에 동사의 변화형에 대한 공부에 대해서는 그리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내게도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우선 첫번째 난관은 바로 명사의 성, 수, 격(!)에 따라 변화하는 관사. 스페인어의 경우 명사의 성, 수에 따라 관사가 el/la/lo, los/las로 바뀐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독일어에서는 명사의 격에 따라 관사가 모두 변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도대체 독일인 모국어 화자들은 이런 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익혔는지 신기하다. 일례로 정관사의 경우 외우는 순서대로 정관사를 나열하자면

der/die/das/die
des/der/des/der
dem/der/dem/den
den/die/das/die

벌써 머리가 지끈지끈! 게다가 앞으로 당장 기대되는(?) 두 번째 난관은 명사의 변화. 스페인어는 명사의 성, 수에 의해서만 명사가 변화하지만 독일어에서는 명사의 격에 의해서도 변한단다.

그래도 가끔 실험실에 있는 독일인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답해주어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독일어를 얼마나 잘 붙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불타는 사명감을 가지고 익혀야겠다 :)

아참. 실험실 생활은 나름 재미있는 편이다. 아침 9시까지 실험실에 나와서 밤 9시 정도에 돌아가야 하는데 본격적인 연구 생활이 시작되면 이마저도 시간이 부족해서 야단이겠지. 아무튼 지금은 준비 단계이니까 실전에 들어가서 실수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