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유니클로가 좋아~]
Date 2009.02.17
유니클로(UNIQLO)가 안양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왠 일본 옷가게가 들어오나' 싶어 별 거 아니겠지 하며 코웃음을 쳤는데, 막상 오픈 후에 매장 안에 들어가보니 각종 옷들이 '판치는' 별천지인지라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정말 다양한 색깔의 기본 옷들이 줄지어 옷걸이에 걸려 있다. 심지어 '런닝'도 흰색부터 분홍, 노랑, 자주, 초록 등 다양하다. 작년에는 정말 유니클로에 한 번 갔다 싶으면 항상 뭐라도 사 가지고 들어와 나의 재정 상태가 상당히 악화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가격 ㅡ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결코 싸지 않은 ㅡ 에 혹해서 그냥 질러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혹자는 유니클로에 진열된 옷들의 '맵시 없음'과 '포인트 없음'에 낙제점을 부여하며 신랄하게 매장을 비난하기도 한다. 특히 안양점 2층에 있는 마네킹들은 이러한 비난이 사람들 입에서 쏟아지도록 아예 대놓고 자극을 하는데 그게 기분 좋은지 마냥 웃고만 있다. 그네들이 입고 있는 옷을 입고 그대로 거리를 활보했다가는 정말 망신살이 제대로 뻗칠 것만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잘 조합하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유니클로에 전신 풀셋을 사러 오는 사람도 드물지. 암.
내가 유니클로에서 가장 선호하는 것은 단연 청바지이다. 사실 유니클로의 청바지가 품질면에서 우수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아직 많이 세탁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흔히들 유니클로의 청바지는 이염과 탈색이 빈번히 일어나 본래의 색을 잃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그러나 내게 중요한 점은 이러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구성이다, 내구성.
내가 입는 청바지들은 모두 안쪽 복숭아뼈 부분이 다 닳아 헤지거나 구멍이 뻥 뚫려 오래 입혀 보지도 못한 채 대개 버려진다. 스페인 출국 전 야심차게 산 빈폴 청바지도 이제는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처럼 구멍이 뻥 뚫려 더 이상 입고 다니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사정이 이러니 청바지 값도 요즘은 보통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내 발이 '청바지phobic(싫어하는)'이니 이를 어쩌리요?
그러다가 우연히 구입한 유니클로의 바지들. 지금까지 유니클로에서만 바지를 4벌 샀는데 최초로 샀던 새틴 검은 바지, 회색 진, 흑색 진, 그리고 최근에 산 청색 진이다. 정말 다른 바지들 처럼 똑같이 입고 똑같이 다녔는데 바지 어느 구석에서도 문제점은 보고되지 않았다. 바지가 부직포로 만들어졌나 싶을 정도로 별 변화가 없다. 게다가 다양한 치수의 바지가 준비되어 있어 나같이 마른 사람도 쉽게 원하는 바지를 찾을 수 있는가 하면 옷을 수시로 입어볼 수 있어 마음에 든다. (대개 바지가 좋아보인다 싶으면 '손님, 이 바지는 28짜리가 없어요'라는 말에 고개를 떨구어야 했던 내 과거!!)
용석이의 진단에 따르자면 안양 유니클로의 수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다행히도 신림역 근처에 새로 지어지는 포도 몰에 유니클로가 입점한다니 거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대개 유니클로 첫 오픈 때에는 1+1과 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것 같던데 좀 눈여겨 봐 둬야지 ;) 아무튼 유니클로가 일본 옷가게라서 좀 가슴이 아린 구석은 있지만 유니클로 바지를 선호하는 이 마음은 어째 감출 수가 없다. 다음엔 어떤 바지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