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총회가 끝나고]
Date 2009.10.25


오늘 교회 청년부 총회가 있었다.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는 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임원이 되지 않았다. 바라던 것 중 하나였다. 정말 죄송하게도, 나는 정말로 원치 않았다. 그래서 후보 연설에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여러분들 상식적으로 생각 좀 해 보시라고. 보통 직장인보다 더한 수준으로 살고 있는 날 이렇게 또 임원을 시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아주 살벌하고 단호하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내려왔다.

나는 3년동안 임원이었고, 작년은 총무를 맡은 사람이 무책임하게 자리를 비워버리는 바람에 내가 그 자리를 채워야 했다. 그리고 나는 그 4년의 시간들 중에서 조장으로 약 2년 반 이상을 섬겼다. 대학교 1학년 떄부터 이런 생활을 시작했더니 4년이 지난 지금 나의 모습은 정말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처음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헌신하는 즐거움, 임원들이 단합하여 뭔가 이뤄냈을 때의 기쁨 그런 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도전이었고 실험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관습이고 반복되는 패턴이다. 이런 내가 한 해 더 임원을 맡는 것은 내게도, 교회에도 큰 재앙이 아닐까 생각했다.

확실히 어떤 일을 오래, 같은 장소에서 하다보면 처음의 역동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그나마 다른 사회 조직에서는 그러한 역동성의 발휘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달리게 되지만, 교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가 내놓아야 하는 것이 많다. 그것이 바로 헌신이다. 내가 시간을 드리고 돈을 드림에도 교회 조직의 부흥과 발전이 있다면 그것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 교회에 헌신함으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바라지조차 않는다. 입으로는 주를 고백하는데, 점점 불만과 무관심이 마음 가득하다. 이런 가운데 올 가을부터 나는 심각한 고민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이 교회에 계속 출석해야 하는 것인가를 놓고 말이다.

물론 원인이 내 안에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실로 몇 년동안 청년부에서 하는 그 모든 일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살펴 보았다. 사실 어느 누구도 나를 부인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성수같이 열심히 해냈고 다능한 사람이 없다고. 그런 말들이 결국 나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결론이 나는 것 같다. 내년까지는 제1청년부를 위해 임원이 아닌 평범한 부원으로서 열심히 행동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다른 교회로 가려고 한다, 아니 간다. 계속 여기에 있으면 십 수년간 만났던 같은 사람들과 함께 암석처럼 굳어져갈 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새로운 사명감, 새로운 역동성, 그리고 더욱 낮아짐이 내게 필요하다. 총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사실 그 누구도 잘못한 것이 없다. 사실 탓하려면 처음의 불꽃을 잃어버린 내가 잘못이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