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분명히 올해까지 진행한 모든 일들을 마무리짓고 논문으로 출간하게 되면 참 괜찮을 것이라고 올해 초부터 생각해 왔다. 현재까지 논문으로 쓸 수 있는 내용은 총 5개. 그 중 둘은 다른 실험실과의 공동연구이고, 다른 셋은 우리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실험했던 내용들이다. 이미 앞 둘은 논문이 거의 쓰여 있는 상태이고, 후자의 세 연구주제 중 두 개의 경우 초안을 작성해서 교수님께 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지부진이다. 특히 그래핀 패터닝 관련 논문은 벌써 공동연구자인 다른 교수님 손에 들어간지 거의 1년이 지나가는데 확정적인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다른 논문은 공동연구하는 학생이 재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게 여간 시간이 오래걸리는 게 아니라서 도대체 언제쯤에나 투고를 하실는지 알 수가 없겠다. 그리고 교수님께 이제 보내기 시작한 초안들은 아직 그림을 정리하는 수준. 아, 서론도 쓰긴 했구나.


이러다보니 5편의 논문이 다 출간되려면 2015년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내 계획이 완전 틀어지게 된다. 박사후 연구원으로 외국에 나가려면 많은 논문 편수를 보유하고 있어야 유리한데 이래가지고서는 내가 경쟁력이 없다. 물론 교수님도, 우리 실험실 학생들도 내가 열심히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사람들은 정량화된 수치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의욕이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하기에도 급급한데 뭘 더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 교수님은 내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겨울까지 끝내보자고 제안하였다. 사실 나도 그러고 싶다. 실험을 할 때에는 항상 창조적인 마인드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가 대학원생으로서, 연구자로서 살아 숨쉰다는 그런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낙담한 상태 ㅡ 좌절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좀 빈정 상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 지 모르겠으니 그게 더욱 답답하다.


물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서의 말씀을 의지하며, 그리고 예전의 경우 ㅡ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낸 논문은 이보다 더 오래 기다려서 수정을 거친 뒤에 출간되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ㅡ 를 반추해볼 때 결국은 다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거룩하게 인내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나도 이런 때에는 좀 투정부리고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