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CF₄ 플라즈마 에칭]
Date 2010.11.30
어제였다. CF₄ 플라즈마 에칭 공정이 오후 4시경에 진행될 수 있다는 기사님의 전화를 받고 급히 반도체공동연구소로 향했다. 4인치 웨이퍼가 한가득 붙여놓은 조각 샘플들은 유난히 푸른 빛을 내고 있었고, 나는 그 푸른 빛을 벗겨내기 위해 부단히도 걸어 갔다.
플라즈마는 제 4의 상태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기체상태에서 높은 에너지를 받아 전하를 띤 핵자와 전자의 구름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를 플라즈마라고 부르며 통상적으로 네온 사인이나 오로라에서 관찰 가능하며 태양의 대기가 전부 플라즈마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거의 매일같이 이 플라즈마를 실험실에서 보면서 지내고 있는데 반도체 및 고분자 공정 시 쓰이는 산소 플라즈마 처리 기기가 우리 실험실에 설치되어 있기 ??문이다. 고순도 산소통에 들어있는 산소는 무색의 투명한 기체일 뿐이지만 공진 주파수에 맞는 라디오파를 걸어줘 높은 에너지를 부여하면 어느새 흐르는 산소 기체는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밝은 흰색의 플라즈마로 변하게 된다. 생성된 플라즈마는 O₂가 아닌 다양한 전하를 띤 입자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입자들이 관 속을 통과하면서 샘플에 존재하는 유기물을 모두 제거해 버린다. 정확히는 모두 산화시켜 날려버리고 만다.
이번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실시한 플라즈마 에칭은 CF₄ (사플루오르화탄소) 기체를 이용한 것이다. 플루오르는 전기음성도가 매우 높은 원소로 산소보다도 높기 때문에 산화물마저 플루오르화물로 바꿔버릴 수 있는 강력한 원소이다. 이번에 나노소재 관련된 실험을 진행하면서 유익하게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유기물 이외의 물질을 제거하는 데에는 CF₄ 나 Ar 등을 이용하여 물리적 스퍼터링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또한 고분자 (특히 PS-b-PMMA 블록공중합체)를 제거할 때에 산소와 함께 혼합하여 쓰면 더 깔끔하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무기물 제거를 CF₄ 플라즈마로 제거하는 것인 이번이 처음이었고 우리 실험실에 설치된 기계가 아니라서 공정 조건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 정말 titania가 CF₄ 로 제거될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반도체공동연구소에 갔는데 의외로 기사님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고 전 공정이 진행되는 청정실로 나를 인도해 주셨다. 오랜만에 방진복과 방진마스크, 방진모, 방진장갑과 비닐장갑 모든 것을 다 착용하고 청정실로 들어가 공정진행을 살펴 보았다. 다행히 cleaning 과정을 미리 해 두셔서 공정에 걸리는 시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기판을 꺼내어 보니 CF₄ 플라즈마 처리 이후에 기판의 색깔이 달라졌다. 오, 푸른 빛이 이제는 감돌지 않았다! 정말 titania가 사라진 것인가?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너무 많이 깎아서 모든 샘플이 통째로 사라진 게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정말 완벽하게 원하는 부분만 제거가 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이 실험하는 연주는 FE-SEM 사진을 보다가 환호성을 질렀고, 나도 정말 깜짝 놀라서 뭐라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숨이 가쁘고 흥분되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