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History of the Shinil World]
Date 2010.12.05
교회에서 내가 준비했던 게임을 진행했다. 거의 1년 반만에 사람들 앞에서 게임을 진행했는데 아주 감회가 새로웠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교회에서 진행하는 웬만한 퀴즈 게임은 모두 내 몫이었다. 지금까지 새로 만든 문제만 해도 300개는 족히 되지 않나 싶다. 교회 2부 순서 때 주로 했는데 한번은 수련회 때에도 했던 듯 싶다.
History of the Shinil World는 2008년에 처음 선보였던 게임으로 이전에 해 왔던 전쟁보드게임으로부터 힌트를 얻어서 이를 퀴즈 게임과 적절히 혼합하여 만든 것이었다. 이를테면 영토 확장 및 전쟁은 History of the World에서, 전략 명령서 제출은 Diplomacy에서 차용했다. 퀴즈 게임은 요즘엔 다양해져서 단순한 문답형 문제가 아니고 팀 전체가 공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퀴즈 게임을 열심히 잘 풀어서 군사를 획득하면 그것을 토대로 땅을 정복해 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인데 이번에는 퀴즈도 잘 풀고 전쟁도 효과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수행한 북서부의 초록 제국이 승리를 거두었다.
내가 하는 보드게임들이 으레 그렇듯 게임 시간이 다소 길고 룰이 단순하지 않은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그러나 내 확신에 따르면, 누구나가 하면 할수록 룰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응용할 수 있으며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려운 룰과 복잡해 보이는 말판을 꺼려하는 것은 지레 겁을 먹고 손을 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보드게임 뿐 아니라 세상 만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이다!)
돌이켜보니 내가 처음으로 보드게임 비스무레한 것을 만들었던 것이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안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내가 그 게임을 이종사촌들과 갓 귀국했던 외사촌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10살 때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당시 만들었던 게임은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하는 게임으로 수십개의 타일을 그리고 그 안에는 전국 방방곡곡의 도시 이름을 적은 뒤 주사위를 굴려 앞으로 전진, 최종 목적지인 해남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다. 각 도시에는 도시 특색에 맞게 전진, 후퇴, 혹은 휴식 등의 이벤트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순창'에서는 고추장을 맛보고 너무 매워서 2번 쉰다는 그런 이벤트도 넣었던 것이 기억난다.
고등학셍 때 엄청난 시간을 보드게임에 투자하며 정말 나는 그 시간들을 미친듯이 즐겼다. 심지어 Diplomacy, Axis and Allies (Europe), History of the World는 직접 구매해서 내 책꽂이 가장 윗칸을 자랑스럽게 차지하고 있다. 학부 때 가장 만들고 싶었던 보드게임은 가칭 '국회'로 온갖 협상과 농단, 협잡과 선택이 판을 치는 그런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그런 것을 실현할 만한 조건이 되지 못했고 그냥 꿈만 꾸다가 말았지만 아무튼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오늘도 자평하기를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청년부원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더 재미있어 한 것 같다. 아무튼 사람들이 그저 내가 만든 게임에 열중하고 잘 즐기고만 있으면 그것만큼 괜찮은 일도 없다. 이건 일종의 지적 봉사이다. 나 아니고서는 누구도 할 수 없는 그런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도전적이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음에는 좀 더 스펙터클하고 신선한 개념의 게임을 선보여야겠다. 국회를 한 번 해볼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